SK케미칼 “조류독감 유행으로 계란 없어도 독감백신 생산차질 없어”
로슈·한미약품·종근당, 이른 유행에 성수기도 당겨져

계절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잇따르고 조류인플루엔자(AI) 역시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일부 제약사들에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

다만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인플루엔자가 창궐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어 이들 제약사는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 AI 유행에도 걱정 없는 SK케미칼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AI 확산으로 빚어진 계란 부족 대란에 독감백신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국내 독감 백신 대부분이 유정란(계란)에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해 배양하는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국내 독감백신 업체 대부분은 2월 말이나 3월부터 생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AI 확산이 장기화할 경우 유정란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 중 SK케미칼만은 별다른 걱정 없이 내년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SK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정란을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물 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세포배양’ 방식으로 독감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계란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AI가 발생하더라도 원료 수급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유정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AI 이슈에서 자유로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업계에서도 AI 장기화는 그동안 SK케미칼이 장점으로 내세운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SK케미칼은 AI 유행에 따른 ‘수혜 업체’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자칫 백신 제조업체 전반의 위기로 퍼질 수 있는 상황에서 SK케미칼 혼자 기회를 잡았다는 분위기가 돼서는 난처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녹십자, 일양약품 등 유정란 방식으로 백신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녹십자는 전남 화순에 운영 중인 양계 농장의 방역을 강화해 AI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양약품은 3년치 계란을 선계약으로 조달하기 때문에 내년 생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때아닌 독감 유행으로 한미약품·종근당 ‘벌써부터 성수기’

예년보다 이르게 찾아온 독감 소식에 ‘타미플루’ 등 독감 치료제를 생산·유통하는 제약사들도 예년보다 훨씬 이르게 성수기를 맞았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생산하는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A, 인플루엔자 B,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등의 치료에 쓰인다. 국내에서는 종근당이 이 제품의 판매를 맡고 있다.

독감 환자가 늘어난 데다 보건당국에서 일시적으로 타미플루 등 독감 치료제에 대한 급여 적용을 확대키로 결정하면서 의약품 수요도 급증했다.

이에 따라 원개발사인 로슈는 물론 종근당도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이달 21일까지 95만명 분량의 타미플루를 공급했고, 주말을 앞두고도 60만명 분량을 추가로 풀었다”면서 “독감이 예년보다 일찍 유행하면서 매출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타미플루와 화학구조가 유사한 독감 치료제인 한미약품의 ‘한미플루’는 타미플루의 대체의약품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미플루는 타미플루 성분 물질의 화학구조를 일부 변경해 특허는 회피하되 약효는 동등하게 만든 일종의 복제약이다.

한미약품이 전한 사설업체의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첫주에 한미플루의 독감 치료제 시장 점유율은 54.9%를 기록해 ‘원조’ 타미플루를 한때 앞서기도 했다. 다만 이는 약품 용량을 고려하지 않고 개수만 집계한 것이어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둘째 주부터는 다시 타미플루가 점유율 우위를 회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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