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대기업의 일자리 증가 폭이 4년 반 만에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안정적이고 급여가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그다지 늘지 않으면서 구직자들은 실업 수렁에 빠지거나 질 나쁜 일자리로 떠밀리고 있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의 취업자는 247만4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7천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5∼299인 업체(25만6천명)나 1∼4인 업체(4만6천명)보다 증가 폭이 작았다.

300인 이상 기업 취업자는 전월인 10월(243만8천명)에도 3만6천명 늘어나는 등 2개월 연속 3만명대 증가에 머물렀다.

이같은 증가 폭은 8천명이 감소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대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7만명 급증했다. 올해 6월까지도 14만2천명 늘어나는 등 10만명대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7월 8만9천명으로 급감한 뒤 8월 4만6천명, 9월 4만5천명으로 꺾였고 이후에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기업 취업자 증가세 둔화는 산업 구조조정과 경기 불황이 겹친 탓이다.

국내 대기업의 주력 산업 중 조선업, 해운업 등은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는 상황이다.

최근처럼 미래가 불확실한 때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이후 1∼2년간 교육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투자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채용을 줄이거나 청년 신입 직원을 대규모로 뽑는 대신 당장 생산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일부 채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1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에 달하는 48.6%가 올해 신입과 경력을 포함해 자사의 신규 채용 규모가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대기업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도 덩달아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노동시장에서는 여전히 기업규모에 따라 임금, 복지 수준이 현격하게 차이를 보인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의 ‘기업규모 및 원하청에 따른 노동 일터의 격차와 불평등’ 보고서를 보면 성, 연령, 근속연수 등이 같다고 가정할 때 지난해 기준 300인 이상 기업 종사자는 1∼4인 사업체 근로자보다 43% 정도의 임금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에 모두 가입된 근로자 비율도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95.0%에 달하지만 1∼9인 사업체는 40.8%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대기업 일자리 증가세 둔화는 질 좋은 일자리의 감소와 함께 청년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투자로 연결돼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망산업 위주로 연구·개발(R&D)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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