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정국에 불밝힌 촛불 보며
나쁜 리더의 전형이라 한 사악·무능
송구영신에 실어보내고 새 날을 기원

▲ 김종국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략마케팅처장

연말에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노라면 인파가 마치 세월의 흐름처럼 느껴진다. 혼잡한 가운데 그 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제 갈 길을 찾아가는 모습들은 세상의 정해진 이치 같기도 하고 익숙한 질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퉁이에서 약속시간을 기다리다보면 때로는 나만 그 흐름에서 벗어나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의 여유를 잃고 괜히 조급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어쩌면 우리가 함께 앓고 있는 사회적 증상일지도 모른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세모(歲暮)의 주말, 광화문 광장은 요동치는 정국을 대변이나 하듯이 나부끼는 깃발과 함성 속에 국정을 성토하고 민심을 대변하는 이념과 이치의 논쟁의 장이 되어 시민들은 두 달여 가까이 촛불로 밤을 밝히고 있다.

모두가 한 목소리라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고 간혹 민심을 앞세운 욕심들이 엿보이기도 한다. 축제처럼 평화로운 집회라지만 모두가 진정으로 평화롭고 즐거운 마음은 결코 아닌 듯하다. 절망의 현실을 청산하고 역사를 바꾸자고 하지만 저마다 셈법이 다르다보니 공감할 수 있는 ‘희망의 플랜 B’는 아직 요원한 듯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날이 밝으면 거리만큼은 다시 질서 있는 아침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뿐 이다.

필자는 지난 10월 말부터 지금까지 ‘광화문 도심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안전수송을 위하여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역에 ‘안전수송상황실’을 차려놓고 여러 직원들과 함께 지하철 안전사고 예방과 시민들의 수송편의 증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긴장 속에서 광장의 인파와 역사 내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임시열차와 막차 이후의 심야 연장운행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소회를 인용하는 글로 표현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최근 어느 신문의 논설에 소개된 글로,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의 세스 스페인 교수가 최근 학술연구 ‘스트레스, 웰빙, 그리고 리더십의 어두운 면’이라는 논문에서 나쁜 리더의 종류를 ‘사악’과 ‘무능’ 두 가지로 분류했다고 한다. 무능한 리더에 대해선 “국민에게 나쁜 일을 하려 한 게 아니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성격 결함 때문에 일을 잘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하고, 사악한 리더에 대해선 ‘어둠의 삼각’ 유형이 있다면서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즘형’, 자아에 도취하는 ‘나르시시즘형’, 남이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는 ‘사이코패스형’이 그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리더나 지도층 인사, 또는 그들이 되려는 사람들은 한번쯤 통혈의 차원에서 짚어 볼 일이다.

고대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지도자 ‘페리클레스’가 꼽은 지도자의 네 가지 덕목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식견’과 ‘그 식견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소통능력’,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재물에 대한 무욕(無慾)’이라 한다. 투키디데스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 실린 이 덕목은 서양에서는 리더십의 고전처럼 전해온다고 한다.

연말에 우리가 자주 쓰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말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으로, 관가에서 구관(舊官)을 보내고 신관(新官)을 맞이했던 송고영신(送故迎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난 일들을 잘 마무리하고 앞으로의 설계를 잘 해보자’, 또는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각오로 임하자’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막차가 떠난 시각, ‘안전수송상황실’의 문을 닫으며 세모(歲暮)의 광화문 광장에서 나라와 국민의 안녕(安寧)을 진심으로 기도 드린다.

김종국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략마케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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