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200원선…9개월여만에 최고치

전자·車 등 수출중심형 사업구조선 긍정적 반응

교역국 통화 약세·엔저 효과로 혜택 제한적 지적도

▲ 경상일보 자료사진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 9개월만에 1200원 선에 올라서자 전자와 자동차 등 국내 산업계는 일단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호재로 받아들이면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은 해외 현지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비중이 높고 결제수단도 다양한 통화로 하므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혜택은 제한적이라는 반응이다. 여기에 달러 강세로 인한 다른 교역국의 통화가 원화보다 더 약세일 수 있어 신흥국 등의 환율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자·정유업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3.9원 오른 1203.0원으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3월10일(1203.5원) 이후 9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전자업계에서는 달러 강세 자체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부품은 주로 달러화로 결제가 이뤄진다.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수록 단기적인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은 해외 현지 생산과 판매로 운영되고 현지 통화로 주로 결제하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정유업계 역시 최근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정유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 부담이 늘어 환차손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수출 비중이 75%에 달하는 수출 중심형 사업구조인 만큼, 원유 결제 시점보다 제품 판매 시점의 환율이 더 높다면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발생한다. 재고 평가에도 긍정적이다. 정유업계는 환율·유가 변동이 확대되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환 헤지 플레이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대응하고 있다.

◇자동차·조선

현대·기아차는 해외 생산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여전히 전체 판매 물량의 30%가량을 국내에서 제조해 수출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현대·기아차가 올해 들어 11월까지 해외 시장에서 판매한 약 600만대의 차량 중 30%가량은 국내에서 만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 만큼 이들 차량의 가격경쟁력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러시아와 브라질 등 현대차가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신흥국 시장의 경우 현지 달러 대비 화폐의 환율이 원화보다 더 떨어져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자동차업계도 달러 강세로 인한 엔저 효과를 누리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혜택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원화 약세는 수출에 호재”라면서도 “환율 변화에 따른 손익은 당분간 상황을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은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환율 상승이 수익성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은 건조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가면 앞으로 수주하는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향상된다.

하지만 기존에 수주한 프로젝트는 선물환 등 헤징으로 환율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선박과 해양플랜트 건조에 사용하는 기자재 등을 수입하긴 하지만, 이미 보유한 달러로 대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차형석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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