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정치경제팀

지난 15일 발표된 한 건의 MOU건으로 경기도 성남시에는 희소식이, 반대로 울산에는 비보가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이 성남 분당 백현지구에 ‘그룹 통합R&D센터’를 짓기로 하고 성남시와 MOU를 체결한 것. 경기도와 성남지역 언론에는 이날과 다음날 ‘성남시, 백현지구에 현대중공업 통합R&D센터 유치’ ‘성남 백현지구에 현대重 기술 심장 들어선다’ 등의 기사가 쏟아지며 MOU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성남시는 현대중공업그룹 5개사의 첫 통합 R&D센터라는 상징적 의미 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고 있는 마이스(MICE)산업과 연계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며 크게 환영했다. 성남시는 이번 ‘통합R&D센터’ 유치를 위해 전폭적인 행정지원 약속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울산시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자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가뜩이나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분사 사업장(자회사)의 탈울산이 잇따르고 있는 시점에서 그룹 미래 연구개발의 핵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통합R&D센터’를 본사가 위치한 울산이 아닌 성남으로 사실상 빼앗겼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한 공장 수준이 아닌 그룹의 연구개발 기능을 한 곳으로 집적화할 ‘통합R&D센터’여서 조선산업 고도화와 4차산업 시대를 추진 또는 대비하고 있는 울산시로서는 아픔과 허탈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현대중공업측은 성남으로 결정한 것과 관련, “본사가 울산에 있다고 반드시 울산에 R&D센터를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 등이 위치한 전남 영암, 충남 서산 등지에서도 오가기 쉽고 우수한 연구인력 확보도 유리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유리한 조건 등 기업하기 좋은 곳에 투자하는게 자명한 이치로 일견 수긍이 간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올 들어 본사를 서울에서 거제로 이전하고 서울의 연구 및 설계인력을 거제로 이동키로 하는 등 본사 중심으로 집적화하고 있는데다, 울산시도 조선업 부활을 위해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울산산학융합지구를 중심으로 조선해양플랜트산업의 구조 고도화에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중공업의 이번 결정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차형석 정치경제팀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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