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명준 (주)대득종합건설 대표 본보 14기 독자위원

매년 정초가 되면 한 해의 운수를 알아보려고 한다. 맞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래를 예측해보며 좋은 일은 받아 즐겨하고, 나쁜 일은 피해가면 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건축물에도 적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가 자주 듣는 풍수이다.

전통적으로 한 인간의 성공과 실패는 운(運), 명(命), 풍수(風水), 덕(德), 학(學)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운(運), 명(命), 학(學)은 선천적이지 않으면 이루기가 힘들다. 그런데 풍수(風水)와 덕(德)은 노력에 따라 이룰 수 있지 않을까하여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각지에서 여전히 풍수에 맞춰 건축물을 구상하는 경우가 많다.

풍수지리의 기본개념은 첫째 토지의 성격을 파악해 지기(志氣)를 봐야하고, 둘째 토지의 하중능력을 봐야하며, 셋째 공간배치, 넷째 불안전안 토지를 완벽한 토지로 고쳐야한다(주변 환경조성으로 나쁜 것을 막아 주는 것을 비보라고 할 수 있다).

건물 짓기 좋은 터의 기본요건은 배산임수(뒤에는 산이고 앞에는 물이 있으면 좋다)와 광지(廣地 땅은 넓어야 한다), 물의 구멍은 막아주어야 하며, 앞이 낮고 뒤는 높아야 하고, 앞은 좁고 뒤가 넓어야하며, 넓은 대지여야하고 동쪽이 낮고 서쪽은 높아야 한다. 풍수지리의 기본개념은 우리의 생존환경에 필요한 조건으로 건축물 시공시 봐두면 나쁘지 않다.

풍수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홍콩상하이뱅크라는 건물은 1985년 노먼포스트라는 당해 최고의 건축가에게 의뢰했고 세계최고의 건물을 홍콩중심가에 세우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홍콩의 유명한 풍수지리가는 그 땅에 건물이 지어지면 홍콩경제의 중요한 맥을 막아 홍콩 경제에 악역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노먼포스트는 현대 하이테크 건축의 대가이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래도시와 같은 애플사옥, 영국 런던시청, 미국의 뉴욕 허스트타워 등을 설계한 자존심 강한 건축가여서 그 말을 무시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 말을 받아 들였고 풍수 지리적으로 맥의 흐름을 막지 않게 1층을 띄워 공중부양 시켜 맥을 지나가게 하는 정말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을 했다. 방법은 현수교처럼 두 개의 기둥이 있고 줄을 달아 상판을 걸어놓은 식이다. 이 공법은 공사기간이 6년 정도 소요되었으며 공사비는 당대 최고 10억달러 정도가 투입됐다. 지금도 이 빌딩의 1층은 시민들에게 개방, 휴식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1395년(태조4년)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의 계획으로 경복궁을 창건했다. 경복궁은 중앙에 근정전을 두고, 동쪽에 인(仁)을 뜻하는 흥인지문, 서쪽에 의(義)를 뜻하는 경의문, 북쪽에 지(知)를 뜻하는 숙청문, 남쪽에 예(禮)를 뜻하는 숭례문, 중앙에는 신(信)을 뜻하는 보신각을 두었다. 그런데 숭례문의 숭(崇)자가 앞쪽에 있는 관악산과 마주보면 화재가 날수도 있다고 하였고 화재를 막기 위한 비책으로 숭례문 앞에 해태상을 세웠다. 후대에 해태상을 치워버려 숭례문이 화재가 났다는 믿지 못할 말도 전해 진다.

토정비결이나 풍수지리를 다 믿을 필요는 없다하나 선조들이 후대에 남겨준 삶에 대한 지식으로, 마음에 부담이 되면 좋은 것은 하고, 나쁜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듯하다.

신명준 (주)대득종합건설 대표 본보 14기 독자위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