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이후 23년만에 현대車·현대重 동시파업

생산 차질액 등 최대치 기록...황산 누출사고·가스 유출 등

안전불감증 산재사고도 여전

▲ 지난 7월20일 울산시 남구 태화강 둔치에서 열린 울산 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노조원들이 가두시위를 벌이면서 울산시청을 에워싸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올 한 해 울산지역 노동계는 잔뜩 찌푸렸다. 지역 대표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20여 년만에 처음으로 동시파업에 나서면서 지역 사회가 파업 소용돌이에 휘말렸는가 하면 고려아연 황산누출 등 잇따른 산업재해 사고로 노동자들이 삶을 마감해야 했다.

◇파업으로 얼룩진 한 해

울산지역 대표 사업장이자 국내 자동차·조선업계 맏형격인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7월15일 나란히 합법 파업권을 얻은데 이어 23년만에 처음으로 같은 날 일손을 놓는 동시파업을 벌였다.

사측에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동시에 국내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나서려는 정부에 대한 반감, 조선업 구조조정 중단 등을 촉구하는 일종의 압력이었다. 두 회사 노조가 같은 날 파업한 것은 지난 1993년 현대그룹노조총연맹(현총련) 시절 연대파업 이후 처음이었다.

현대차 노조는 동시 파업을 포함해 올 한 해 24차례 부분 또는 전면 파업을 벌이고 12차례 주말특근을 거부했고 사측은 14만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3조1000억원 상당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생산 차질액 규모로는 노조 창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희망퇴직 및 분사 등 구조조정 중단을 비롯해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수십차례 부분 또는 전면 파업으로 벌였다. 지난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화한 올해 임단협은 여전히 진행중이며, 노사간의 이견으로 연내 타결에 실패한 상태다.

두 회사를 비롯한 지역 기업 노조의 파업 등의 영향으로 올해 울산지역 근로손실 일수는 총 53만8526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임단협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개별 기업노조로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제대로 보장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최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향후 협상에선 금속노조도 함께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지금보다 더욱 어려운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전불감증에 의한 산재사고

지난 6월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고려아연 2공장에서 황산 누출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당시 황산이 배관 내에 있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배관 해체작업을 하다 발생한 인재 사고였다. 고려아연에선 지난 10월에도 트럭에 실린 철근을 옮기다 크레인이 넘어져 협력업체 근로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월14일에는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 석유비축기지 지하화 공사현장에서 폐송유관 내부 청소작업 도중 가스 유출에 의한 폭발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당시 발주처인 한국석유공사는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안전 조치 미흡 등으로 석유공사 간부 직원 1명도 결국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울산지법은 산재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울리기 위해 올해 4월1일자로 산업안전 사건 전담부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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