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정 남창중학교 교사

퇴근길에 찬거리를 사러 남창장에 들렀다. 채소 파는 할머니께서 “새댁이 날이 쎄또꼬리해서 개주무리 왔능교?” 한다.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해서 “예?” 하고 물었더니 다시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그래도 못 알아들어 “예?”했더니 그제서야 날 추워서 감기가 왔냐고,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묻는다.

국어를 전공했고 울산이 고향과 다를 바 없는데 ‘쎄또꼬리’와 ‘개주무리’는 처음 들었다. 사전을 찾아보았지만 ‘쎄또꼬리’는 찾을 수가 없었고, ‘개주무리’는 감기의 지역 방언으로 등재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수소문 한 끝에 ‘쎄또꼬리’가 코끝이 따가울 만큼 싸늘한 날씨를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저녁으로 쨍한 햇볕 사이에 뺨이 얼어붙을 것 같은 바람이 부는 것이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어느 해나 12월 마지막 주 무렵에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진부한 표현이 따라다녀 쓰기를 주저하는데 올해만큼은 이렇게 적절할 수가 없다. 국가 대내외적으로도 혼란하고, 자연재해마저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교육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실시되었고, 이미 자유학기제를 먼저 경험했던 일부의 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와 일반 학기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키우기 위해 시작한 자유학기제가 교육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고, 2017년 경기도에서는 더 이상의 자유학기가 아닌 자유학년제를 운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학생참여 중심의 수업과 평가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필평가가 폐지되고 과정형 평가가 도입되어야 하며, 자아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1년 정도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필자의 학교에서도 자유학기제와 연계하는 연구학교를 운영했다. 기존의 일제식 수업이 아닌 토의토론, 프로젝트, 거꾸로 수업 등을 연구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체험을 통해 진로·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 여러 분야의 기관표창과 더불어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부서마다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운영한다고 모두들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결과가 좋았고, 무엇보다 아이들 입가에 미소가 가득 번진 것에 대해 교사로서의 보람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금은 고입과 기말고사가 끝나고, 교과진도도 거의 마무리됐다. 학업 취약시기라 부르기도 한다. 학업에 전념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도 많이 해이한 상태라 사고의 위험도 높다. 그래서 본교에서는 짧지만 긴장감을 잃지 않고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계획을 짜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학급별 울산 12덕목과 꿈과 끼를 접목한 UCC대회, 미니 체육대회, 플라스틱 페이퍼를 이용한 좌우명 핸드폰 고리 만들기 등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 활동 속에 한 해 수업을 마무리 하고 자연스럽게 다음 학년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6년은 의미와 보람이 많은 한해였다. 정유년 새해에도 신명나게 달리고 싶다.

장소정 남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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