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선영 프라우메디병원 산부인과 전문의가 임신중독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고령 산모가 증가하면서 ‘임신중독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고 있다. 임신 중 혈압이 높은 산모에게 색이 탁하고 거품이 많은 단백뇨 증상이 생겼다면 임신중독증의 일종인 전자간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전자간증은 임신성 고혈압이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로, 증상이 심한 경우 임신부와 태아의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임신 중 전자간증으로 병원을 찾는 인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 결과, 2013년 1921명이던 전자간증 진료 인원은 2015년 2745명으로 늘었다. 전자간증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인 임신성 고혈압으로 진료받은 인원도 2015년 2584명에 달했다. 강선영 프라우메디병원 산부인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임신중독증에 대해 알아본다.

◇임신 기간 혈압이 상승한다면 주의해야

임신중독증은 태반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임신 기간 동안 혈압이 상승하고 소변에서 단백이 검출되는 질환이다.

강선영 전문의는 “1차적으로는 착상 이후 발달 단계에서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영양막 세포가 모체 내로 잘 침투되지 않아 태반으로 혈류공급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 원인이 된다. 최근 임신성 고혈압이라고 많이 표현하기도 하고, 임신성 고혈압이면서 단백뇨가 검출되면 전자간증 혹은 자간전증이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전자간증은 여성의 임신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질환으로,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유전학적 원인, 면역학적 원인, 염증성 요인들이 관련 있으며, 산모의 비만, 당뇨병 등과 같은 위험인자가 있다면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다.

소변색 탁하고 거품 많으면 의심
방치땐 산모·태아 둘 다 치명적
초산·40세 이상·과체중 특히 위험
당뇨·자가면역질환자 발생률 높아
비타민C·이뇨제 효과 입증 안돼

◇매년 전세계 5만 명 임신중독증으로 사망

임신중독증에 걸리면 우선 혈압이 올라간다.

강 전문의는 “임신중독증에 걸리면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또는 확장기 혈압 90mmHg 이상의 고혈압이나 부종, 두통, 소변량 감소, 상복부 통증, 시각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인다. 특히 얼굴이나 손·발에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심한 부종이 가장 큰 증상이다. 하지만 그 외의 증상들이 나타났다면 심각한 상태이며, 이는 임신중독증이 많이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10대 임신 시 임신성 고혈압 질환의 빈도가 3~4배 증가하고,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에게서도 고혈압이 자주 발생한다. 비단 나이만의 문제라기보다 고령 임산부의 경우 당뇨병이나 만성 고혈압 같은 위험인자를 갖게 될 확률이 높음에 따라 임신중독증 발병률도 높다.

임신기간 중 혈압 상승에 대해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산모에게는 전신경련 및 발작, 혈액응고 이상, 신장 기능의 이상, 폐부종, 간파열, 실명, 출혈 등과 같은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며, 태아에게는 발육부전, 조산, 자궁 내 태아사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강 전문의는 “가벼운 임신중독증은 산모 10명 중 1명에게 나타날 정도로 흔하며, 모르고 넘어가기도 한다. 중증 임신중독증은 산모 200명 중 1명 꼴로 나타날 정도로 흔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산모와 태아 모두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또 그는 “전체 산모 사망의 15% 정도는 임신중독증에 의해서 발생한다. 또 전 세계적으로 매년 5만 명의 산모가 사망하게 되는 심각한 질환으로, 조산의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출산 후 치유가 되지만, 예외적으로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출산 후에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 전부터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

혈압이 높은 임산부의 경우 3~4일마다 외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안정을 취하고 고단백 음식을 섭취하고 수분을 제한해야 한다.

정 전문의는 “3~4일 마다 외래 진료를 받으면서 관리함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계속 유지된다면 고혈압약 등을 처방받아 질환 발생을 줄여야 한다. 특히 비만이나 당뇨에 신경을 써야 하며, 임신 전부터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신중독증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초산부인 경우 △어머니나 여자 형제에게 임신중독증 병력이 있는 경우 △이전 임신이 10년 전, 또는 그보다 오래된 경우 △과거에 임신중독증 병력이 있었던 경우 △만 40세 이상의 고령 산모 △임신 전 과체중이었던 경우 △다태아를 임신한 경우 △신장병이나 고혈압 병력이 있는 경우 등이다.

강 전문의는 “특히 35세 이상의 산모, 초산모, 과체중 산모, 다태아 산모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기존에 고혈압이나 당뇨 또는 루푸스 등 자가 면역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산모에게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런 산모들은 좀 더 주의 깊게 본인의 몸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특별한 예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염분 제한, 이뇨제 사용,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비타민 C와 E 복용 등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현재는 권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만과 같은 위험인자를 임신 전부터 잘 조절하고,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는 방법 외 특별한 예방이 없으니 평소 관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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