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기 문화가 세태 대변한다지만
우리에겐 공동체문화 DNA가 있다
든든한 이웃사촌과 살기좋은 세상을

▲ 박천동 울산광역시 북구청장

올해를 대표하는 키워드에 ‘혼○’이라는 말이 포함됐다고 한다. ‘혼술(혼자 술마시기)’ ‘혼밥(혼자 밥먹기)’ ‘혼놀(혼자 놀기)’ 등 무엇이든 혼자 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다.

마을 어귀 정자나 평상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동네 아낙네들의 모습, 해질녘까지도 마을에 넘쳐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 됐다. 품앗이로 상부상조하던 옛 전통은 사라지고 이웃 간 얼굴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다반사인 요즘이다. 이런 모습들은 경제 불황과 맞물려 결혼기피현상과 1인 가구 증가로 이어지며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현대의 우리는 사람들은 있으나 사람이 없는 소위 ‘외로움과 소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작은 어촌마을이던 북구 강동동은 최근 대규모 공동주택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인구가 많아졌다. 대부분은 타지에서 북구로 터전을 옮긴 주민들이다.

원주민과 이주민간의 소통이 절실했던 강동동은 섶다리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주민들이 하나씩 엮은 섶다리를 중심으로 원주민과 신규 입주민들이 함께 모이는 마을 잔치다.

염포동은 안전지킴이단을 창단해 주민들이 나서 마을의 안전을 지키고, 주민들은 마을 등산로를 알리기 위한 축제를 열어 사람들을 모았다. 또 옛 마을의 모습이 담긴 갤러리를 조성하고, 오랫동안 마을을 지킨 어르신들을 인터뷰해 마을의 역사를 담은 책자를 발간, 잊혀진 공동체문화를 되살려냈다.

삭막한 아파트에 이웃간의 정을 불어 넣기 위한 사업도 활발하다. 단지내 위치한 작은도서관이 공동육아와 돌봄의 장이 되고, 아이들이 함께 모이는 운동회는 아파트 단지의 잔치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인도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마하트마 간디는 그의 저서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서 “미래 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로운 자치마을(스와라지)에 있다”고 했다. ‘혼밥’이 아닌 함께 집밥을 먹고, ‘혼놀’이 아니라 함께 아이를 키우고 함께 텃밭을 가꾸며 마을과 함께 일상을 누려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스와라지의 뿌리를 새마을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시골길을 깔끔하게 포장하고, 초가지붕을 슬레이트나 기와지붕으로 바꾸고, 반상회를 통해 서로 소통하면서 진정어린 마을만들기가 시작됐던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후 50년이 지난 현재 다시금 지방자치단체들이 마을 만들기 조례를 제정,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마을 공동체 조성을 시작하고 있다. 지방자치박람회나 마을만들기 전국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마을 만들기 활동을 벤치마킹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참살이 마을 문화를 재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혼자 하기’ 문화가 우리 세태를 대변한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에게는 ‘우리 함께’라는 공동체 문화 DNA가 여전히 존재한다. IMF 외환위기 때도 함께 어려움을 돌파했고, 자연재해 때도 전국민이 함께 나선 덕분에 빠르게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각자도생(各自圖生)’ ‘욜로라이프(한번뿐인 인생, 즐기자)’ 등 믿을 건 나 뿐이라는 새해 키워드가 등장했다지만 우리는 여전히 공동체 속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앞으로 북구는 든든한 이웃사촌을 만들어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혼자 사는 북구가 아닌 함께 사는 북구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의 마음 속에서 잊혀져 가는 아름다운 추억을 복원하고, 복원된 추억들은 함께 하는 마을공동체의 근간이 될 것이며, 이런 마을공동체들은 행복 북구의 밑바탕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서로의 삶과 가치를 공유하는 마을만들기사업은 지속발전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가기 위한 우리의 시대적 소명이 아닐까.

박천동 울산광역시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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