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선 울산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연말이면 가족, 지인과 함께 한해를 마무리 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새해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으로 들떠야하는 시기임에도 울산시민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식당에서도 울산의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6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와 체감경기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사드배치로 인하여 중국의 한류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경제를 챙겨야 하는 정부와 정치권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안한 상태가 되면서 오히려 소비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울산은 여기 몇 가지 불안 요소가 더 있다. 울산의 대표적 기반산업인 조선, 자동차, 석유 산업이 모두 위기상황에 있으며, 기반산업의 위기는 곧 체불임금 등 여러 통계지표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울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는 지역으로 매년 평균적으로 6~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지진까지 발생하면서 시민안전이라는 과제가 크게 부각됐다.

2017년은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한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맞추어 시민대화합 및 미래비전 제시 등 10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국가산업단지 지하배관 안전인프라 구축,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출산지원 및 보육서비스 향상 등 울산지역에 필요한 여러 정책이 발표됐다. 하지만 현재 울산이 당면한 경제위기와 안전에 관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출산지원 및 보육서비스 향상에 있어서는 지역경제와 울산 특유의 문화에 대한 고려 없는 물질적 지원으로 출산율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가계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녀양육은 큰 부담이다. 경제 활성화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남성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한 가부장적인 문화도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실업 및 조기퇴직으로 인한 가계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과 저소득층이 취약계층이 되지 않도록 특별한 관리도 필요하다. 울산은 외지인이 많다 보니 지역공동체가 약하다. 때문에 취약계층이 곧바로 복지 사각지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민의 안전 확보도 시급하다.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걱정을 넘어 포비아 현상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화학물질 취급이 가장 많은 울산에 화학물질안전관리 조례가 없다는 것은 정말 의외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화학공단의 안전사고와 유해물질 불법 보관 및 무단 배출에 대한 통합적 안전관리가 필요한 시점인데 일부 안전인프라 구축으로는 아쉬움이 있다.

울산시의 문화 경제적 특수성을 반영하고, 여러 변수를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범 시민단체가 함께 고민한다면 2017년 광역시 승격 20주년이 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정윤선 울산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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