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광역시 승격 20주년
지금의 위기 슬기롭게 극복
소중한 결실 맺는 한해 되길

▲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2016년 겨울, 대한민국은 무척 어렵고 힘들었고, 또한 혼란스러웠다. 기대와 희망이 절망과 실망으로 이어지면서 대립과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경제는 실종되고 외교는 추락했다. 국가안보는 벼랑 끝에서 흔들거린다. 신뢰를 잃은 정치권이 이끌고 있는 수레는 소리만 요란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갈팡질팡, 갈짓자 행보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건, 아베 총리가 신사참배를 하건,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범을 다 소탕했든 말든, 중국 시진핑 주석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사드 배치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한류방송을 중단하든 말든, 나라 밖에서 돌아가는 일들은 아예 관심 밖이었다.

대통령 탄핵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걱정이다. 하루빨리 정신을 차리고 평상심으로 돌아가 생업에 열심히 종사하며 ‘아! 대한민국’을 외치는 열정과 감동이 넘치는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너나 잘 하세요”라는 대사를 읊조린다. 질투나 시비조의 어투가 아니다. 너와 나,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잘해야 한다. 가장 어두운 밑바닥에서 희망을 볼 수 있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으니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그리고 올라가서 밝은 세상을 보아야 된다는 갈망, 그것이 희망이다.

한국학의 대가라는 한 대학교수가 그랬다. 우리 대한민국이, 한국인이 얼마나 저력 있는 국가이며 민족인지를 일깨우는 희망의 메시지는 ‘문기(文氣)와 신기(神氣)라고, ‘문기’는 상층 문화에 흐르는 기운을 말하는 것으로, 뛰어난 문자의 발명이라든가, 초유의 인쇄문화, 역사와 기록을 충실히 보전하려는 정신 등을 말하며 ‘신기’는 한국인들이 내면적으로 지닌 신명, 흥, 즉 엄청난 에너지를 말한다. 우리가 지닌 에너지의 폭발력을 한곳에 다 써버리지 말고 너와 나 우리를 위해 다시 충전해달라는 ‘신기’가 절실하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한해를 보낸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교수신문이 2001년부터 매년 연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짧게 함축해 표현한 사자성어다. 지난 2015년에는 혼란스러운 정국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의 혼용무도(昏用無道)였다. 그래서 2016년에는 더 이상 혼용무도의 앞날이 펼쳐지지 않길 바라는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교수신문이 작년 새해에 접어들면서 던진 희망의 말이었던 ‘곶 됴코 여름하나니’도 일순간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다. 용비어천가 중 한 구절인 이 말은 ‘꽃이 좋고 열매가 많으며’라는 의미다. 꽃이 좋고 열매가 많기 위해서는 ‘뿌리가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뿌리가 깊은 민족이다. 숱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온 ‘조용한 아침의 나라’다. 우리 모두 기진맥진했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가야할지 머물러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거주양난(去住兩難)’해서도 안 된다. ‘속수무책(束手無策)’은 더욱 안 된다.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작년에 이루지 못했던 ‘곶 됴코 여름하나니’라는 말이 올해는 빈말이 되지 않길 기대해본다. 새해의 일출을 보면서 ‘와’하는 함성과 함께, 먼 훗날 우리의 역사교과서에는 ‘그러나 곧바로 국민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한 시대를 보낸다’는 말로 끝맺음하기를 바라면서.

올해로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울산에는 더더욱 간절하다. ‘곶 됴코 여름하나니’의 소중한 결실이 울산의 힘으로, 울산의 저력으로, 울산시민의 지혜로 완성되길 또한 간절히 빌어본다.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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