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365일, 지나고 보면 참으로 짧지만 때론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진 날도 없지 않다. 수백만의 국민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자 했던, 유래가 없는 한해가 저물고 있다. 어수선한 탄핵정국만큼이나 자극적인 단어들이 세간을 현혹했던 한해다. 하루빨리 옳고 그름이 가려지고 권력의 품격도 한단계 성숙하기를 희망한다.

울산지역도 예년에 없던 재난이 잇달았다. 태풍 차바는 266㎜의 물폭탄을 쏟아냈다. 3명이 숨지고 1199가구 267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산피해도 1964억원에 이르렀다. 아직도 언제 닥칠지 모를 수해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원인규명과 재해예방 대책이 시급하다.

울산과 경주에 집중되고 있는 지진도 끝나지 않은 불안이다. 올해 7월에 울산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9월12일 50분 간격으로 5.0, 5.8의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해 울산에도 큰 충격을 입혔다. 여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에 둘러싸여 있는 울산이 지진 발생가능성이 매우 높은 도시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23~30일 울산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의식조사에서 시민들의 66%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지진·해일에 대한 불안이 83.5%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지진은 울산시민들에게 강한 불안감으로 자리했고 정주의식도 많이 약화됐다. 안전도시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대형사고도 그치지 않았다. 공단에서는 황산누출사고, 공사현장에선 가스폭발사고, 군부대에선 화약폭발 사고 등이 잇달아 발생해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10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참사도 뼈아픈 교훈으로 자리잡았다. 사고를 유발하는 도로확장 공사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새해엔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유일한 대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어느해 보다 심각했다. 수출이 곤두박질쳐 600억달러대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2011년 1000억달러를 달성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산업도시 울산의 위상이 흔들린다. 노사분규도 한몫을 거들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15일 23년만에 동시파업을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은 해가 바뀌도록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가운데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했다. 노사분규의 강도만큼 대기업의 울산공장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노사 한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새해다.

올해 3월만 해도 울산은 주민생활만족도가 전국에서 1위였다. 경기 침체와 지진으로 인해 하락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11월 들어서는 13위로 곤두박질쳤다. 그럼에도 김기현 시장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신뢰는 변함이 없다. 김시장은 한국갤럽이 지난 27일 발표한 시도지사 하반기 직무수행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470명 응답자의 68%가 ‘잘하고 있다’고 했다. 상반기에도 71%로부터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1위를 기록했다.

김시장은 28일 신문사에 배포된 신년사를 통해 “침체에 빠진 주력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IT, BT, 게놈, 3D프린팅, 수소, 소재산업 등 4차혁명의 불꽃을 더 키워서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등 수확하는 한해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광역시 20주년을 맞는 2017년은 김시장이 지난 2년6개월간 공들인 ‘품격 있고 따뜻한 창조도시’를 완성해야 하는 한해이기도 하다. 주민생활만족도 1위를 되찾는 새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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