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제히 시무식…‘혁신 통한 경쟁력 강화’ 강조
경제단체장 “본연의 역할 충실하면 위기 극복”

5대 재벌그룹의 정유년(丁酉年) 화두는 ‘혁신’과 ‘변화’로 압축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특검의 수사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고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의 확장, 중국의 성장세 둔화, 금리 상승 압력 같은 악재도 기다리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정국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기 대통령선거로 어수선한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악조건들을 돌파할 승부수는 결국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새 가치의 창조뿐이라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 “올해도 어렵다…혁신이 답”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은 2일 일제히 시무식을 열고 새해 경영에 시동을 건다.

그룹 총수 또는 CEO(최고경영자)들은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대내외적 위기 요인들을 환기하며 혁신과 변화를 무기로 돌파하자고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하고 새해 경영 목표와 전략을 임직원이 공유한다. 삼성은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 이후로는 그룹 차원의 신년 하례식을 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권오현 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2017년도 어려운 환경이 예상된다”며 “혁신 또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고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검 수사 등으로 내부 분위기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엉망이고 나쁘다”며 “신년사에는 이런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는다. 작년의 경우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돌며 경영진 간담회를 하고 신년 경영 목표와 전략을 점검했다.

올해에는 특검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이마저도 건너뛸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최순실-정유라씨 모녀 지원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그룹에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삼성은 이미 통상 12월 초에 하던 사장단·임원 인사도 무기한 연기했다.

지난해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었던 현대·기아자동차의 신년사에는 심기일전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보다 쪼그라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813만대로 내걸었던 지난해 판매목표 달성도 사실상 실패했다.

따라서 초심으로 돌아가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다시 판매량 증대에 나서자는 당부와 각오가 신년사에 담길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의 신년사 키워드로는 이 외에도 ‘미래 준비 철저·고객 신뢰 강화·책임 경영’ 등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관련해 2일 계열사별로 대표이사가 주재하는 시무식을 연다.

작년까지 그룹 차원에서 시무식을 하던 것에서 자율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형식을 확 바꾼 것이다. 종전에는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그룹 임직원과 계열사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여 시무식을 열고 정몽구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새해 판매목표와 전략 등 신년 구상을 밝혀왔다.

따라서 올해에는 정몽구 회장이 시무식을 주재하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SK그룹은 2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 임원들이 참석하는 신년회를 연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변화와 혁신’에 중점을 둔 신년사를 발표하고 새해에도 그룹에 혁신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알려졌다.

변화와 혁신은 최 회장이 지난해 6월 ‘SK그룹 확대경영회의’와 10월 ‘CEO 세미나’에서도 누차 강조했던 경영 화두다.

최 회장은 확대경영회의에서 “현 경영 환경에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슬로(느린)가 아니라 서든데스(갑작스러운 죽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변화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세미나 행사에서는 계열사 CEO들에게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이 같은 위기의식과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최근 인사로 세대 교체된 임원들과 함께 혁신 의지를 다질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변화·혁신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도 글로벌 저(低)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장하는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구 회장은 이에 따라 혁신과 변화로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기회를 만들어 위기를 돌파할 것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신년사에서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임직원들에게 당부할 예정이다.

새해에도 어려운 경영 환경이 예상되는 만큼 불확실성 속에 또 다른 성장을 이루려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또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신년사에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25일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 준법경영위원회 설치 ▲ 5년간 40조원 투자와 7만명 신규 채용 ▲ 3년간 1만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 매출 등 실적 위주가 아닌 ‘질적’ 성장 목표 설정 ▲ 정책본부 축소와 계열사 책임·권한 강화 등을 약속했다.

아울러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는 차원에서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고,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롯데 역시 2일 오전 본사 회의실에서 수석급 이상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간단한 시무식을 할 예정이다.

◇ 경제단체장들 “기본으로 돌아가자…재도약할 수 있어”

이에 앞서 주요 경제단체들도 지난해 말 내놓은 신년사에서 일제히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며 기본·본업으로의 회귀 등을 다짐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지난해는 국민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운을 뗀 뒤 “올해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 기업은 기업 본연의 역할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에게 희망찬 미래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 한 해는 우리 모두에게 참 어려운 한 해였다. 새해를 맞아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본립도생(本立道生)을 화두로 내걸었다. ‘기본이 바로 서면 길이 절로 생긴다’는 뜻이다.

박 회장은 “경제사회의 기본원칙을 확립하고, 경제 주체들이 각자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고, 경제 재도약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현재의 고용 상황이 계속 악화한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펀더멘탈이 위협받고 경제가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 들어갈 심각한 단계에 있다”면서 “일자리 창출과 유지에 온 국민이 힘을 모으는 것이야말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피할 수 없는 책무”라고 강조했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은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회복의 실마리는 언제나 수출에서 시작되었듯 올 한 해 무역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선을 다해준다면 우리 경제도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현실의 고난과 내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크더라도 공동체의 힘과 지혜를 모아 난국을 헤쳐나간다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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