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펀치’ 신조어까지 등장…마약 갱단조차 횃불 협박으로 동참

산유국인 멕시코 일부 지역에서 휘발유 부족 사태가 빚어지는 가운데 새해부터 최고 20% 이상 휘발유 판매 가격을 인상하려는 정부 방침에 국민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프로세소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일반 시민을 비롯한 정치권, 각종 시민단체에서 휘발유 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이 멕시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페소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는 ‘휘발유 펀치’(gasolinazo)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행정부의 급격한 휘발유 가격 인상이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이어지는 연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날 태평양 연안 휴양도시인 아카풀코에서 100여 명의 시민이 주유소를 점거한 채 가격 인상에 항의했다.

북부 치와와주의 주도인 치와와 시에서는 이날 각종 시민단체가 모여 연방 정부가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도록 압박하고자 모든 상업용 차량의 도시 진ㆍ출입을 막기로 했다.

아울러 니에토 행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개방 정책이 국부를 유출하고 민간 자본의 배만 불린다는 판단에 따라 항의의 표시로 주요 고속도로와 철로도 막기로 했다.

심지어 마약 갱단조차 휘발유 가격 인상 반대 행렬에 가세했다. 할리스코 주 정부는 지역 마약 갱단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이 이번 가격 인상에 항의하기 위해 주유소에 대한 횃불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보고를 접수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은 왓츠앱에서 “그들은 최저임금조차 벌지 못하는 대다수 사람으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강탈하려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일선 주유소에서 휘발유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도매업자들이 이익을 얻을 수 없다면 휘발유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행동에 돌입한다”고 강조했다.

새해 첫날인 1일에도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항의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주유소를 점거하고 사흘간 휘발유를 사지 않는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메시지가 돌고 있다.

이번 휘발유 가격 인상은 최근 멕시코 13개 주에서 휘발유 품귀 현상으로 시민들이 주유소를 돌아다니거나 주유하려고 장시간 긴 줄을 서야 하는 불편을 겪는 상황에서 발표돼 반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 산도발 할리스코 주지사는 트위터에서 “휘발유 가격 인상은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옳다. 이것은 옳지 않다. 나는 각 가정과 분노를 함께 나누겠다”고 비판했다. 산도발 주지사는 여당인 제도혁명당(PRI) 소속이어서 정치권 안팎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야권 소속 주지사들도 다음 주에 연방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이번 가격 인상이 사전 협의 없이 단행된 데 대해 항의할 계획이다.

멕시코시티 시내 주유소에서 일하는 한 주유원은 “휘발유 가격이 인상되면 팁이 당장 줄어들 것”이라면서 “우리처럼 주유해주고 받는 팁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번 가격 인상은 니에토 행정부가 지난 2013년 단행한 에너지 개혁에서 비롯됐다. 개혁은 국영 석유기업인 페멕스가 70여 년간 독점했던 에너지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고 휘발유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 시장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당시에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연료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품귀 현상과 가격 급등이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앞서 멕시코 재무부는 지난 27일 내년 1월부터 범용 제품인 마그나 휘발유 리터당 평균 소매 가격을 이달보다 14.2% 높은 15.99페소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휘발유는 이달 대비 20.1% 오른 17.79페소, 디젤 가격은 16.5% 상승한 17.05페소에 각각 판매된다. 이 같은 휘발유 가격 인상 폭은 1998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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