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순택

봄에 돋아나는 새잎처럼 향긋하고 새뜻한 작품을 기대하며 본심에 올라온 13명, 53편의 동시를 정독했다.

나는 이들 동시를 이렇게 들여다보았다. 첫째, 왜 이 작품을 썼는가? 둘째, 무엇을 담으려고 했는가? 셋째, 시를 읽을 독자를 마음에 그리며 썼는가?

그런데 53편을 다 읽고 나서, 신춘문예에 응모한 동시가 왜 이렇게 신변잡기나 말장난 같은 유치함에 머물러야 했는지 의아했다.

“노을 고추장에/ 구름 밥 비벼 먹다/ 너무 매워 쩔쩔 매는 철새들(하늘 비빔밥)”

“세상의 전부인 주인에게 버림 받은/ 개 한 마리/ 주인에게 길들여진 그대로/ 기다려, 를 반복하고 있다(기다려)”

“친구랑/ 둘이서/ 빨강 덩굴장미를 심고 싶어요// 보나마나 어른들이 말리겠지만/ 딱 한번만 말 안 듣는 아이가 되어,(허리띠)”

“대통령 숙제는/ 국민 행복이라는데// 할머니 숙제는/ 이북 고향에 가보는 것이라는데(숙제 피라미드)”

“울산 해녀/ 현서 할머니는 휘파람새// 매일 방어진 바다에 나가/ 해삼, 멍게, 소라를 잡네.(휘파람새)”

본심에 올라온 13명의 맨 첫 장에 놓인 작품으로 첫 연이 이렇게 시작 되고 있다. 이런 작품이 본심에 올려 졌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동시도 시(詩)이다’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틀을 깨고 주제와 소재의 폭을 넓혀서 독자의 가슴속에 시의 씨앗을 심어 주어야 한다. 53편 중 단 한 편도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당선작을 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약력
●1966년 <시문학> <현대시학> 시 추천으 로 등단
●시집 <그 겨울 이후> <탱자꽃 필 무렵> 등 발표
●동시집 <꽃 발걸음 소리>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 등 펴냄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동시문학상, 계몽 아동문학상 등 수상
●현재 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 회장, 계몽아동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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