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각(열심히 일한뒤에 무엇으로 살까) 이태철(사회부장 직무대리)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는 아이도 벌떡깨게 했다는 IMF의 터널속에서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한가닥 희망만은 잃지 않았다. 정답던 얼굴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무자비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속에서도 끊어질 듯 여린 동아줄을 부여잡고 매달려 왔던 봉급쟁이 생활이건만 이젠 절망감에 젖어들게 하고 있다. 아니 느닷없이 터진 건강보험재정 파탄소식은 근로자에게 충격을 넘어 분노 그 자체로 다가서고 있다.  여느 월급쟁이의 생활이 그렇듯 박봉을 쪼개 모진 사교육비를 감당하고 나면 으례히 다가오는 것이 정년퇴직. 변변히 모은 것 없이 노후를 맞아야 하는 근로자가 믿을 것이라곤 퇴직금과 연금, 건강보험뿐인데 건강보험재정파탄소식에 이은 연기금 투입설이 불거지니 월급쟁이 최후의 보루가 무너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는것은 당연지사일게다.  퇴직금도 온전하게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연기금의 고갈, 건강보험재정파탄까지 이어진다면 열심히 일한뒤 맞이해야 할 노후는 무엇으로 살아야 할 지 자괴감이 앞선다.  월급쟁이의 절망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수입에 비례해 연금과 의료보험료를 내는 자영업자들은 납부거부라는 무기로 저항할 수도 있지만 월급봉투를 받는 순간부터 원천징수당하는 월급쟁이들은 그 조차도 할 수 없다.  오로지 정부시책만을 믿고 바라봐야 하는 딱한 처지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건강보험재정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놓고 견해차만 노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뭐가 뭔지 모를 극도의 혼미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근로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실업대책에 대해서도 믿지 못할 이유들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민간경제연구소 등에서 2001년도 1/4분기 실업자 수가 최고 120만명에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자 연간 실업률을 3.7%수준(82만9천명)으로, 실업률이 최고조에 달하는 1/4분기 실업률을 4.3%수준(94만4천명)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2월 실업자 수가 106만9천명으로 실업률이 전월에 비해 0.4%포인트나 급상승, 5%로 진입하자 노동부, 재경부 등 정부부처가 뒤늦게 실업대책을 재점검하고실업률 예상치를 올려잡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실패의 연속이다. 건강보험재정의 파탄원인도 재정추계 오류로 대책마련의 기회를 상실한데다 현실을 무시한 수가인상이 결정타였다는 뒤늦은 분석에 분통만 터트릴뿐이다.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를정도로 방향감각을 상실케하는 현실이다.  한때 언론보도를 장식했던 도피이민행렬을 비웃던 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은 그 행렬에 끼지 못하는 처지를 한탄할 뿐 이 순간도 무거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일터로 향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뒤 무엇으로 살 것인지를 걱정하는 절대다수의 근로자를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를 곰곰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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