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중견기업들이 하나둘 2세 경영에 들어가고 있다. 조선기자재업체인 세진중공업은 장남에게 경영승계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08년 2세 경영에 들어갔던 산업가스 전문회사인 (주)덕양은 올들어 또다른 아들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형제간의 공동대표이사체제로 전환하는 등 2세경영의 폭을 넓혔다. 한때 2세경영의 어려움을 겪었던 플랜트업체 (주)일성은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한데 이어 올해부터 일성하이스코로 사명을 바꾸고 새출발을 다짐했다.

울산 경제계는 향토중견기업들의 2세 경영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 근래 몇년 사이 울산의 중견기업들이 사라지거나 부도의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배경에 2세들의 경영참여가 문제를 야기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견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는만큼 2세경영의 성공을 통해 ‘장수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울산은 대기업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향토중견·중소기업들이 많이 위축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99%가 중견·중소기업이고 취업인력의 88%를 중견·중소기업이 고용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 성장과 지원의 중요성을 말할 때 ‘구구팔팔’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이유다. 이런 중견·중소기업의 70%는 가족기업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현상도 아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도 75~80%, 미국도 국내 생산의 절반 정도는 가족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영승계 과정에서의 불법으로 인해 가족기업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팽배해 있으나 세계적으로 2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의 대부분이 가족기업이라고도 한다.

가족기업은 장점이 많다. 가족 고유의 가치와 사업에 대한 열정이 높다. 멀리 내다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을 한다.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줄 알면서도 회계처리는 보수적이다. 때문에 건전한 기업시민정신을 가진 장수가족기업이 많아지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울산의 중견기업들이 2세경영에 성공하여 지속성장하면서 이윤과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지역사회에 더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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