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산혁신도시, 완성이 아닌 시작

▲ 울산혁신도시에는 울산시가 유치를 희망했던 기관들이 일부 제외되는 바람에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관련 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을 유치한다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시는 울산혁신도시에 들어설 공공기관 유치 당시 세 가지 측면을 고려했다. 에너지 다소비 도시로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하고, 산업도시의 역량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 관련 R&D 전문 공공기관을, 오랜 숙제인 노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복지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하고자 했다. 그 결과 한국석유공사, 한국동서발전,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4곳이 울산에 오게 됐고,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등 노동복지 분야 공공기관도 둥지를 틀었다.

에너지·노동복지 관련 공공기관 유치 성공…핵심조직은 실패
연구시설·기업 동반이전해야 시너지 ‘산업 클러스터화’ 절실
지역인재 고용률 10%도 안돼…채용 법제화·인재 육성 과제로
혁신도시의 발전 위해 공공기관-지역사회 협력 대상 모색해야

◇기대했던 균형발전 효과 미미

울산시는 유치를 희망했던 공공기관 중 과학기술 관련 R&D 기관을 제외한 에너지 분야와 노동복지 관련 공공기관들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원했던 핵심 조직 유치에는 실패해 빛이 바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울산시가 가장 기대를 걸었던 기관은 한국에너지공단으로, 친환경 에너지협력체제 구축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공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 조직이 분리돼 타 기관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한국에너지공단은 단순히 에너지 전략을 홍보하고 관리하는 기관으로 축소됐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근로복지노동군 유치도 당초 기대와 어긋났다는 평가다. 노사·복지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해 지역의 오랜 숙원인 노사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고자 했지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노동연구원이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을 불러오는데 실패했다.

현재 이주한 관련 공공기관들은 인력 교육과 산재 보상 등 안전문제나 산재 문제에 집중돼 있다. 물론 지역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관들도 도움이 되지만 당초 원했던 노사문제 해법 도출과는 거리가 있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관련 연구시설·기업 동반이주 필요

전문가들은 울산혁신도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전 공공기관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연구시설이나 기업의 동반 이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단순히 기관 이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인프라 완성을 위한 ‘산업 클러스터화’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해법은 뚜렷하지만 민간 기관들의 이전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민간 기관의 이전을 촉진하려면 당근책을 내걸고 유도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데, 현재 울산혁신도시에는 이들 협력업체를 위한 공간이나 여건이 부족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울산시가 에너지 관련 이전 공공기관을 비롯해 지역 산업체 및 학계와 힘을 모아 친환경 에너지 허브 조성에 본격 착수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단지 기반이 조성되면 관련 연구시설이나 민간 기업들의 이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반 우려반

지난 2015년 연말 기준으로 가족과 함께 울산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비율은 32.6%로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3위를 차지했다. 혁신도시 조성 발표 당시 이전 공공기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불과 4%만이 울산으로 이주하겠다고 한 것에 비해서는 장족의 발전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국 최저수준인 지역인재 고용률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2015년 울산이전 공공기관들은 295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울산 출신은 고작 29명(9.8%)만을 뽑아 전국 평균인 13.6%와 큰 차이를 보였다.

울산시가 지난해 7월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 협력 협약식’을 열고 지역인재 고용률 제고에 노력키로 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전국혁신도시협의회와 발맞춰 ‘지역인재 35% 의무채용 법제화’ 추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전 공공기관들이 원하는 인재를 지역에서 공급받을 수 있도록 대학들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석유공사에서 필요로 하는 시추, 탐사 관련 인재가 지역에서 얼마나 육성되고 있는지 대학들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래 내다보고 호흡 길게

울산혁신도시는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신생도시인 만큼 조급함을 버리고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영훈 울산발전연구원 창조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스웨덴의 혁신도시 ‘시스타’나 프랑스판 실리콘밸리 ‘소피아 앙티폴리스’ 등의 사례를 보면 혁신도시가 제대로 정착하는 데 30~40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수십년 된 대덕연구단지에서 지역발전 효과가 나타난 것이 최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신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들과 지역 사회가 무엇을 협력해야 할지를 모색해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강 위원은 “울산혁신도시는 동서 방향의 확장성이 충분한 만큼 관련기업 유치도 가능하다. 이 자리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무엇보다 울산혁신도시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앵커시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대학일지, 연구기관일지, 또 다른 무엇일지 이제부터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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