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울산법조타운 터

▲ 건축물 기둥에서 태화강 십리대밭의 대나무들이 연상된다. 가지와 잎을 그려 넣으면 대숲이 될 것 같고 끈으로 묶으면 뗏목이 만들어질 것 같다.

법원은 헌법에 의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고, 검찰청은 검사가 담당하는 검찰사무를 통할하는 관서다. 법원과 검찰청의 터가 지닌 기운이 천연적 명당기운으로 유지되고 있다면, 잘못을 한 사람을 순화시키는 과정에서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칭송을 받게 될 것이다. 이번 호에는 울산법조타운의 법원과 검찰 청사 주변의 환경입지를 풍수적 차원에서 알아보자.

‘울산시 남구 법대로 55’ 신청사로 이전 개청한 울산지법과 울산지검은 2014년 11월과 8월 각각 준공식을 가졌다. 멀리 가지산, 고헌산, 치술령, 토함산, 무룡산, 천성산, 대운산 그리고 동해바다 기운이 에너지를 보태는 삼호산 정상 언저리에 남향 건물로 우뚝 서 있다. 문수산, 영취산에 연결돼 있는 삼호산은 공업탑로터리 쪽으로 내려가면서 울산남부경찰서를 거쳐 여천천에 이른다.

▲ 울산지방법원과 검찰청이 마치 형제 건물처럼 나란히 있어 사이좋게 보인다. 법원과 검찰청의 주산은 동일한 봉우리로 근거리에 있고, 여기서 갈라진 두 형제 맥에 검찰청과 법원이 나란히 연결돼 있다.

남산 12봉을 잉태한 삼호산은 삼호로 쪽 후면은 바위절벽, 옥동 쪽으로는 완만한 경사로 이뤄진 수많은 가지 맥을 만들면서 마치 빗살 모양으로 옥동 군부대를 지나 도성아파트까지 이어진다. 문수산 변재천녀가 신선이 되어 내려앉아 울산대공원의 ‘풍요의 못’을 거울삼아 편안한 마음으로 머리를 빗는 형국이랄까? 이러한 형국을 옥녀세발형(玉女洗髮形)이라 부른다. 변재천녀가 풍요의 못 물로 머리를 감고 연못을 거울삼아 머리를 빗는 빗 자리에 해당돼 여성의 섬세함과 통한다. 옥동은 신라시대에 옥이 나왔다 해서 그렇게 부른다는 설이 있는데, 구슬옥(玉) 자도 여성의 기운과 연결된다.

남산 12봉 잉태한 삼호산, 수많은 가지 맥 빗살 모양으로 이어져
문수산 변재천녀가 신선이 되어 내려앉아 머리를 빗는 형국 연상
법원·검찰청 기운, 숨은 불순물 쓸어내리는 빗의 기능과 어울려
대나무 심어 법원청사로 오는 찬바람과 옥동터널의 소음 막아야

솔마루길 고래전망대 부근에서 남쪽을 향해 90도로 꺾은 지맥 위에 들어선 법원과 검찰청 건물은 형제의 지기(地氣) 기운을 절반씩 나눠 지닌 것으로 보인다. 부모 기능을 하는 동일한 주산 현무봉에서 갈라진 두 개의 지맥 중 한 맥에 법원이, 다른 한 맥에 검찰청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검찰청은 봉우리의 오른쪽 지맥, 법원은 왼쪽 지맥에 위치하고 있다. 백호산은 법원과 경찰청을 환포하는 안산으로 존재하고, 이는 신선산으로 이어지는 맥으로 수려하게 잘 발달돼 있다. 그 너머로 비단결 같이 보이는 산들이 즐비하게 펼쳐져 보인다. 청룡산은 높이가 비슷한 여러 가지로 중첩되어 옥동지맥을 형성하며 잘 싸여져 있다.

▲ 법원청사 후원 공간이 명당기운을 받아들이기에 좋은 쪽에 출입구가 배치됐다. 좋은 기운이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내부 전체로 분배될 것이다.

법원과 검찰청의 상층에서 사방으로 보이는 전망은 구름위에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때는 운중선좌형(雲中仙座形)으로 신선이 구름위에 앉아있는 형으로 해석할 수가 있다. 마치 방청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판관이 상석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김원희 한국에너지기술대학교 설립추진위원에 의하면 울산지법과 울산지검 신청사의 외관을 설계할 때 십리대밭의 대나무 모양을 본뜬 기둥을 고려하였다 한다. 대나무의 의미에는 한결같이 올바르고 곧은 기운이 있는 선비를 상징하는 기상이 있어 법조계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대나무는 속이 비었다. 이는 욕심 없는 마음이요 마디가 있어 한계를 넘지 않는 절제를 의미하고,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한 번에 다 크는 가장 큰 나무라는 것이다.

대나무의 빈 공간 안은 바깥이 더우면 시원하고 추우면 따뜻하다. 대나무 숲이 많으면 숲에서 품어내는 기온이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주변 온도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나무 모양으로 세워진 법원과 검찰청 외부기둥 기운은 대나무 숲의 기운이기에 법의 판단으로 파생되는 사회 가치관을 중화시키는 기운과 어울리게 될 것으로 생각 된다.

▲ 법원청사 앞에 있는 노재승의 작품 ‘사유에 의한 유출’. 청사 건물의 직선 구도의 획일성을 부드럽게 융화시켜 음양의 조화를 만들어 낸다.

법원과 검찰청이 있는 삼호산의 할아버지 산 문수산은 변재천녀(辨財天女)의 설화가 있다. 변재천녀는 불법을 노래하는 여신이다. 무애(無碍: 걸림이 없음)한 행동으로 불법(佛法)을 유포하여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믿어진다. 특히 장수(長壽)와 원적(怨敵)의 퇴치, 재물의 증익(增益)을 도와주는 선신(善神)이다. <삼국유사>에는 천녀에 얽힌 설화가 있다.

‘연회라는 승려가 절에서 매일 <묘법연화경>을 읽자 연못에 있던 연꽃이 사시사철 시들지 않았다. 이에 신라 원성왕이 신기하게 여겨 연회를 국사(國師)로 초빙하려 했다. 소문을 들은 연회는 서쪽 고개 너머로 달아났다. 그가 고개를 넘자 밭을 갈던 한 노인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는 나라에서 벼슬을 주어 나를 매어두려 하므로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노인은 수고롭게 멀리 갈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5리쯤 더 가다가 이번에는 시냇가에서 노파를 만났다. 노파도 그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으니, 앞서 노인에게 한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노파는 앞에 만났던 노인은 문수대성(文殊大聖)인데 왜 그 말을 듣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연회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급히 돌아왔다. 뒤에 연회는 궁궐에 들어가 국사가 되어 많은 일을 하였다.’

이 노파가 변재천녀라는 것이다. 법원과 경찰청 터 기운은 할아버지 산 변재천녀의 기운과 닮아가지 않을까.

풍수서에 의하면 ‘땅은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서 제대로 쓰려고 할 때 그 자리를 스스로 내어놓는다’고 하였다. 옛 법원 터의 기운도 좋았다. 그렇지만 커져가는 울산의 규모와 인구증가로 발생되는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공간이 필요해 현재의 신청사로 이전하게 됐을 것이다. 터도 그렇지만 건물 설계과정 회의에서 대나무 기둥 디자인으로 결정된 것이 더 재미있다.

▲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 소장·풍수공학박사

울산지법과 울산지검의 터 기운을 종합해 보면, 앉은 자리의 형국이 머리카락 속에 숨은 불순물을 쓸어내리는 빗의 기능에 해당된다. 건물은 구름위에 걸터앉은 운중선좌형으로 높이 있어 정신적 공간으로 존경받으며 사방이 골고루 내려다보이는 장소이다. 그리고 건물의 외부 디자인은 중화·중용을 의미하는 대나무를 본떠 건축되었다. 법원과 검찰청에서 나쁜 사람에게 벌을 주어 제도하는 업무들과 꼭 빼닮은 듯하다. 그리고 청사 앞으로 난 도로명이 법대로(法大路)이다. 대나무의 곧고 강직함이 연상된다. 터와 건축물 그리고 업무의 성질과 어울린다.

하지만 자연에는 완벽하게 만들어진 터는 없다. 법원은 청사 옆 서광파크 쪽 주차장을 성토해 만들어진 곳이다. 찬 계곡바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울타리를 보강하기 위해 대나무를 빼곡히 심으면 법원 청사로 오는 찬바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검찰청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옥동터널 영향이 단점으로 남는다. 그래서 옥동터널에서 발생되는 소음을 막을 장치가 고려되었으면 한다. 주변의 산천 정기와 풍요로운 연못 기운이 비치는 법원이나 검찰청 공간에서 이뤄지는 업무가 울산 미래를 맑게 선도해 가는데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 소장·풍수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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