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는 분홍나무
풀밭에는 양 세 마리
두 마리는 마주보고
한 마리는 옆을 보고

오른쪽 가슴으로
굵은 선이 지나는
그림 찍힌
티셔츠

한 장 샀어요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중략-
그림 찍힌 티셔츠
한 장 샀어요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 엄계옥 시인

그의 시는 회화적이다. 세련된 이미지즘이라서 쉽게 읽히지 않는다. 얼마 전에 본 식당 앞 광경이 이 시를 여는 단서다. 출입문 앞에는 관상용 새장이 있었다. 새장 안 횃대에는 새가 세 마리 앉아 있었다. 분명 수컷 한 마리와 암컷 두 마리거나, 그 반대였을 것이다. 두 마리는 나란히 붙어 앉아서 서로 먹이를 먹여주고 있었다. 멀찍이 떨어져 앉은 한 마리, 앞에 놓인 물그릇에 부리를 담그고 먼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마리는 옆을 보고 두 마리는 마주보고’ 참 외롭겠구나, 왜 세 마리를 한 통에 넣었을까. 이 시를 본 순간, 식당문 앞 새장이 떠올랐다. 외로움에 관한 시다. 티셔츠를 샀는데 양이 세 마리 그려져 있다. 오른쪽 가슴으로 굵은 선이 지나간 심장, 분홍 풀밭으로 결코 갈 수 없는 섬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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