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지진에 원전 불안감 고조
원자력안전관리시스템 도입으로
잠재위험 발굴 등 현장안전 강화를

▲ 박현철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경영학박사

최근 ‘판도라(PANDORA)’라는 국내 최초의 원전 재난영화를 보면서 시종 긴장하여 눈을 떼지 못했고, 영화 후반부에 “왜 내가 죽어야 해? 죽기 싫어”라는 주인공의 대사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영화는 규모 6.1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전폭발이라는 초유의 재난 앞에 방사능 유출의 공포로 한반도는 일대 혼란에 휩싸이고, 정부의 컨트롤 타워마저 사정없이 흔들리며 최악의 사태를 유발할 2차 폭발의 위험을 막기 위한 원전 직원들의 사투과정을 보여 준다. 현재 고리 및 월성에 원전이 총 13기가 있고, 4기 증설이 계획돼 있다.

근래 한국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아 아직까지 제대로 된 활성단층 지도가 없고 해저의 단층은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으나, 최근 20년간(1999~2015년, 47.8회/년) 지진규모 2.0이상 발생횟수가 과거 20년(19.2회/년) 대비 2.5배 증가했고, 2016년에는 260여회로 급격히 늘었다. 고리 또는 월성원전의 폭발시 30km이내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인 경주, 울산, 부산 등 동남권 지역부터 활성단층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이 부근에는 원전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 석유화학공장까지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원전 1기만 폭발해도 1년내 약 400만명이 피폭돼 사망할 수도 있으며, 그 피해는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방사능 피폭이 굉장히 위험한 이유는 피폭자는 물론이고 그 후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은 원전 밀집도 세계 1위이며 인구 밀도는 세계 3위이다.

원자력은 전력 생산능력이 타 연료보다 월등히 우수할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지수’가 가장 낮은 발전원이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과 같이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큰 재앙이어서 일반 산업시설과는 차원이 다른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진은 불가항력적 자연재해라서 예방대책이 없으나 원전에 대해서는 대책이 있다. 우선 노후된 원전부터 폐쇄하고 증설은 점진적으로 금지하며 기존설비도 내진보강하고, 태양광, 해상풍력 등의 대체에너지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독일, 스위스, 벨기에와 같이 원전 폐쇄 또는 감소정책을 통해 탈핵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비상’이란 잠재적 위험수준이 높거나 심각도가 ‘재난’인 상태를 말한다. 원전시설을 설비별로 여러 측면(자연재해, 냉각수 유출, 핵폐기물 발생 등)에서 심각도, 발생가능성, 빈도를 고려해 위험수준을 평가하며 위험수준을 적합수준으로 통제하기 위해 ESTOP(제거, 대체, 방호, 절차, 교육 및 보호구) 순으로 적용하여 위험수준을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 높은 위험수준으로 평가된 설비가 있거나 위험수준은 낮아도 심각도가 ‘재난’인 경우는 비상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사고 발생시 직원들과 관계 주민 모두가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주기적 교육 및 현장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안전에 가치를 두지 않고 개인안전문화도 형성되지 않아, 현장에서 안전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에서 원전시설에 대한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원전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선진 ‘원자력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해 다양한 잠재위험발굴 프로그램들을 실시해야 한다. 임직원들은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서류가 아닌 현장중심으로 매분기 내부감사를 실시해야 하며, 일상계획점검을 통해 현장설비들을 조속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매년 원전 외부안전진단을 실시하여 사실대로 결과를 공개하고 개선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박현철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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