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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 영양]무는 껍질에도 비타민C가 ‘듬뿍’ 버릴게 없어(50)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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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4  22: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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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숙 남목초등학교 영양교사

‘잡곡밥, 팽이버섯무국, 소고기소금구이, 깻잎쌈.’ 학교 식단이냐고? 입영할 아들을 위한 조촐하지만 간절한 아침밥상이다.

대한의 남아로 태어나 일생일대의 사건이라면 군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남자 셋만 모이면 평생을 두고두고 군대 얘기를 우려먹는다고 한다.

밥상을 마주한 아들에게 덕담이 필요한데…. “그래 아들아! 잡곡밥을 꼭꼭 씹으며 잡다한 생각일랑 접고, 소고기를 깻잎에 싸서 먹으며 소소한 선임들의 잔소리를 깨소금 맛이라 생각하고, 팽이버섯무국을 들이키며 팽이처럼 눈치껏 머리를 잘 돌려서 무조건, 무사히, 무탈하게 잘 다녀오너라!”

무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고어로는 ‘무수’ ‘무시’라고 한다.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을 거쳐 불교 전래와 함께 삼국시대에 들어왔다. 고려시대부터 중요한 채소로 여겨졌으며, 1인당 연간 소비량이 25.8㎏가량이라고 한다. 현재 채소류 섭취 동향을 분석하는 5대 채소류(무, 배추, 양파, 마늘, 고추)에 속한다.

속보다 2.5배 많은 100g당 44㎎ 들어 있어
뿌리에도 소화효소 풍부해 지방 분해 으뜸
천연소화제로 위장컨디션 조절효과 기능도


‘무 장사 아들은 위장병이 없다’는 말이 있다. 무의 주된 효능은 천연소화제로 위장 컨디션을 조절하고 소화흡수를 돕는다. 뿌리에는 다양한 소화효소가 많아 전분과 단백질, 지방을 분해한다. 특히 무 껍질의 비타민C 함량은 100g당 44㎎으로 속보다 2.5배가량 많아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잎에는 뿌리보다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며, 말리면 더 우수해진다. <동의보감>에는 ‘무는 여러 가지 채소 중에서도 오직 이롭기만 하고 해로운 것이 없으니 늘 옆에 두고 먹으면 참으로 좋다’고 나와 있다.

   
 

일본 의학서인 <본조식감>에는 ‘무는 소화를 돕고 가래를 없애며, 토혈과 코피를 멎게 하고, 생선과 고기의 독, 면(麵)의 독, 술독, 콩의 독을 없앤다’고 돼 있다. 그러나 죽은 듯 엎드려 생선회의 식중독을 몰아내고, 으스러져 메밀국수의 눈꽃이 되고, 보쌈 귀퉁이에 똬리를 틀고, 때로는 즙이 되어 애연가의 숨통에 붙은 니코틴을 없애려 해도 ‘무’라서 무시하는 무식(食)한 사람들은 무의 효과를 누릴 수 없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제값을 톡톡하게 치른 무는 알면 알수록 버릴 게 하나 없는 고마운 식품이다.

무심한 듯 무뚝뚝한 무는 무한한 변신으로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준다. 설렁탕과 최고 궁합인 깍두기는 무를 송송 썰어 만들기에 ‘송송이’라 해 옹주가 정조임금께 진상한 궁중음식이었건만, 원치않은 누명으로 ‘아저씨’가 된 깍두기는 오늘도 억울하다.

조선시대에 장가들지 않은 총각의 머리 모양을 보고 이름 지어진 총각(總角)김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술에 척 얹어 먹으면 경주 최 부자도 눈 아래로 보인다. 연탄가스 흡입으로 쓰러진 사람도 살린다는 겨울철 별미 동치미(冬沈). 몸속 깊은 체열을 살얼음 동동 한 사발로 순환시키는데 팥죽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다.

아들의 체취가 담긴 옷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 날. 얇은 봉투 속에는 부모들의 마음을 배려한다는 안내와 함께 아들의 편지만 덩그러니 있었다. 간절함이 묻어나는 애절함에 가슴이 저려올 즈음, ‘바깥세상을 모르니 답답하기 그지없고, 정말 우리 가족 모두 살아 계신가요?’라는 글에 그만 웃음보가 터졌다. 훈련병의 마음이 그 한 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지만 참을 수 없었던 웃음은, 신병대 앞에서 목이 메여 음식을 삼키지 못하던 모습이 떠올라 순간 울고픈 어미가 되고….

그 아들이 갓 고등학생이었을 때 위궤양으로 잠시 고생한 적이 있었다. 무를 좋아하지 않기에, 무를 아주 잘게 채 썰어 말린 무말랭이 밥, 무말랭이 지, 무를 다져 끓였다가 소량의 과일, 꿀, 들깨가루를 넣어 만든 간식과 말려서 덖은 무차를 꾸준히 먹인 덕분에 위장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무만 보면 할머니가 떠오른다. 동지섣달 길고 긴 밤, 하얀 무를 박박 긁어 드시던 모습 할머니가 백수를 바라보며 무병장수 하신 일등공신이 바로 ‘무’가 아닌가 싶다.

정은숙 남목초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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