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찬 울산스마트동물병원장

고양이는 개와 함께 대표적인 반려동물이다. 길고양이들은 한때 주인들에게 사랑을 받다가 버려지거나 우연히 가출하게 된 개체나 그 후손들이다. 유기된 상태에서도 인간들의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나름 생을 이어가는 도심생태계의 일원이 되어 있다. 캣맘은 이런 버려진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때로는 병든 개체들을 치료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2015년 10월 경기도 용인의 어느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들의 집을 지어주고 있던 주민 2명이 위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50대 여성 1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30대 남성 1명이 두개골이 함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중에 8~11세의 소년 3명이 옥상에서 던진 것으로 드러났지만 처음에는 이 사건이 캣맘 혐오론자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으로 생각돼 캣맘에 대한 찬반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캣맘 혐오론자들은 길고양이 살해방법 등 다양한 박멸방법이나 캣맘을 골탕 먹이는 방법들을 서로 교환하고 심지어는 ‘잡히면 네 손목을 잘라주마’라고 쓰여진 경고문을 게시한 사진을 공개해 놓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길고양이들이 독살되거나 참혹한 방법으로 학대받고 살해된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도둑고양이라는)과 영역이나 먹이를 두고 다툴 때의 날카로운 소리와 발정기 때의 기괴한 울음을 이유로 꼽는다. 분변문제는 적당한 흙이나 모래가 있는 곳이라면 고양이만큼 자신의 분변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동물이 없다. 음식물통을 쓰러뜨리거나 쓰레기봉투를 찢는 것 역시 적당한 먹이만 주기적으로 주어진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고양이는 페스트나 유행성출혈열, 쯔쯔가무시병을 퍼트리는 쥐의 천적이다. 고양이 소변에 있는 펠라닌이라는 성분은 쥐의 유산을 유도하는 등 쥐의 개체 수 조절에 기여한다는 학계의 연구도 있다.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수년전 주민의 합의로 단지 내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들을 지속적으로 포획해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는 일을 계속하자 얼마 안 있어 쥐들이 출몰하기 시작해 1층 세대 베란다에까지 침입하여 시설물을 갉아 훼손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개체수다. 반려동물에 대한 호감이 관리가 쉬운 고양이에게 상대적으로 집중되면서 유기되는 고양이 수도 늘고 있다. 비공식적인 통계이지만 한해 약 7 만마리의 고양이가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 강동구에서는 몇 년 전부터 구청과 주민, 그리고 수의사회와 캣맘협의회가 협의하여 약 60여개소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길고양이들을 포획(trapping)하고 중성화(neutralization)수술을 한 후 며칠간 가료하였다가 다시 제자리에 방사(returning)하는 이른바 TNR 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잠정적인 자체평가이기는 하지만 길고양이 관련 민원도 대폭 줄고 개체수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생태환경사업에 캣맘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캣맘(cat-mom), 그들은 공존을 위한 또 다른 이름이다.

허찬 울산스마트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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