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에 사무실 물색중...자택 머물며 소통행보 전망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공관을 떠나면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일정을 앞당기면서 대선출마 준비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은 4일 뉴욕의 유엔 사무총장 공관을 떠나 애팔래치아 산장으로 갔다. 이곳에 머무르면서 휴식하고, 국내 행보를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오는 12일 오전 3시(현지시각 11일 오후 1시) 뉴욕에서 출발하는 아시아나 항공편에 몸을 싣는다. 인천국제공항 도착 시각은 12일 오후 5시30분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반 전 총장이 공항에서 내놓을 첫 메시지다. 국내에 발을 딛는 이 시점부터 국제기구 수장에서 ‘새내기 정치인’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반 전 총장 주변에선 귀국 직후의 대국민 메시지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간단명료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길 ‘짧은 발언’ 형식이 유력시된다. 반 전 총장이 직·간접적으로 강조해 온 대통합과 대타협,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소통의 가치를 담으면서 선거 쟁점이 될 개헌과 경제 문제를 언급할 수 있다. 특히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의 필요성도 거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영 인파를 통제할 수 없지만, 과도한 규모는 반 전 총장도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대통령 탄핵 국면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맞춰 국내에서 준비해 온 실무진은 마포에 사무실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사당동 자택에 머무르면서 당분간 자신의 사무실, 광화문 주변에 있는 측근 인사들의 사무실 등을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사무실은 근거지로만 활용하고, 여러 분야와 계층의 인사들을 두루 만나면서 ‘소통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급적 광범위한 사람·그룹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단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활동과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하는 것을 첫 일정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대권 도전 의사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레이스에는 현실 정치인들의 도움이 필수적인 만큼, 정치권 인사들도 진영과 계파를 가리지 않고 두루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도에선 반 전 총장이 보수 진영의 후보로 인식되지만, 확장성을 위해 오히려 진보 진영의 정치인들과 적극적으로 만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애초 오는 15일로 거론되던 귀국 날짜를 며칠 앞당긴 것도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정치 활동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촉박하다는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옛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같은 인위적인 지역간 연대 구도를 염두에 두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반 전 총장이 출신 지역인 ‘충청권 후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충청권 의원들과 적절한 거리를 두리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