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갑윤 의원 탈당배경과 지역정치권 역학구도

새누리당 중진 정갑윤(울산중) 전 국회부의장이 4일 전격탈당한 배경은 한마디로 ‘촛불 민심’에 추락하는 새누리당을 살리려는 고육지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탈당 선언지’를 국회가 있는 서울 여의도가 아닌, 지역구 당협 신년하례회 형식을 빌어 한 것은 과감한 인적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에 일정부분 힘을 실어주면서도 이에 저항하는 서청원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핵심측에 각을 세우지 않으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하지만 지역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신은 탈당하면서 “당협조직과 중구청장, 지방의원 등은 당에 잔류하라”라고 당부한 것은 ‘몸은 잠시 나가되 집은 새누리당에 두고, 적절한 시점에 복당’이라는 정치적 ‘꼼수’가 담겨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리만 중시 민심 이반 비판여론 제기 가능성도

김 시장, 박맹우·이채익 의원 향후 행보도 주목

◇탈당배경

정 전 부의장의 탈당배경과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무소속으로 남고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도 기각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점이다. 당을 떠나되 개혁보수신당행엔 선을 긋는 동시에 ‘박근혜’에 대한 충성심은 물론 끝까지 신의를 지키겠다는 ‘의리정치’로 볼 수 있다.

특히 ‘헌재의 탄핵심판 기각’ 희망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에 불타는 한이 있더라도’ ‘박근혜표 정치’와 신의는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정 의원이 2007년에 이어 2012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박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면서 국회 부의장까지 ‘등극’한 정치적 수혜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 의원의 정치적 ‘수사’는 의리만을 중시한 나머지 민심엔 반한다는 비판여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탈당의 또다른 배경은 인적쇄신의 당사자로 거론되고 있는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윤상현·김진태 의원 등 친박계 핵심인사들의 탈당거부 움직임에 대해 탈당의 물꼬를 트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친박계에 대한 ‘적폐’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선 탈당’이라는 카드를 던져 ‘선공후사’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지역정치권 역학구도

정 의원의 탈당과 관련 지역정치권의 큰 관심사는 역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향후 행보다. 같은 광역단체장인 원희룡 제주지사의 탈당에 이어 정 의원의 탈당으로 사실상 ‘새누리당 잔류’를 선택한 김 시장의 정치적 속내가 다소 복잡해 질 수 있다. 김 시장은 이번 대선에서 어느당이든 경선에 뛰어들 수도 있고 측면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김 시장은 결국 인명진 지도부의 과감한 개혁으로 새누리당이 재건에 성공하게 될 경우 잔류 가능성이 높은 반면 친박측의 총반격으로 당이 파산국면으로 기울게 되면 ‘뒤늦게’ 배에서 뛰어 내릴 수도 있다. 당에 남은 박맹우 사무총장과 이채익 의원 등도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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