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지방정부가 전통풍습인 결혼지참금 액수를 제한하기로 하면서 이 조치의 전국 확산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중국 허난상보(河南商報)가 5일 보도했다.

중국 허난성 푸양(복<삼수변僕>陽)시 타이첸(台前)현 정부는 결혼시 신랑이 신부 가족들에게 줘야하는 ‘차이리’(彩禮) 상한선을 6만 위안(1천40만원)으로 정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영문으로 신부값(bride price)으로 번역되는 차이리는 신랑이 자신들의 결혼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신부 가족들에게 주는 금품이다. 통상 중국 농촌 지역에서는 20만 위안이 일반적으로 중국의 한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금이다.

‘낡은 풍속을 고치고 문명적인 풍습을 수립하기 위한 실시방안’이라는 이름의 이 지침에서 타이첸현은 결혼을 빌미로 재물을 챙기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중앙문명판공실도 허례허식의 배격과 낭비적인 관혼상제에 대한 반대를 요구하며 지참금 지도 기준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소득수준의 향상과 함께 차이리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남아선호 전통 사상이 강한 중국 농촌에서는 여성이 점차로 부족해지면서 차이리 비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타이첸현에서도 한번 결혼식을 치르는데 30만∼40만 위안을 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훙웨이(李宏偉) 타이첸현 문명판공실 부주임은 “자녀가 한번 결혼하면 가산을 탕진하고 대출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많은 가정이 차이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빈곤의 수렁텅이로 빠지고 만다”고 전했다.

결국 차이리는 중국의 빈부격차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차이리가 높아질수록 신랑 가족들은 저축해 둔 자산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차이첸현의 이 지침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됐으며 결혼식 간소화도 요구하고 있다. 결혼식 피로연의 테이블(9∼12석)을 10개 이내로 제한하고 결혼 퍼레이드에 동원되는 자동차도 6대로 한정했다.

지침은 강제적 구속력은 없지만 앞으로 마을별 규약에 산입시켜 규정을 위반한 이들은 공개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현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아울러 현정부의 간부들로 하여금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