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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문화관광해설사의 비망록-울산여지승람
[문화관광해설사의 비망록-울산여지승람]역사의 흔적과 자연의 이치를 담다16) 외고산 옹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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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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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옹기박물관의 지붕은 거대한 옹기 모양이고 내부는 전통가마 형태를 갖추고 있다. 1층에는 300여 점이 전시된 옹기전시실과 세계 각국 옹기 800여 점을 소장한 수장고가 있다. 관람객이 각 지방의 옹기를 모아놓은 코너에서 옹기를 살펴보고 있다. 울산옹기박물관 제공

옹기 독에 김장을 담아 땅속에 묻는 수고는 옛일이 되고 말았다. 산업의 발달은 우리 생활에 효율과 편리함을 가져다준 반면 자연친화적인 것을 밀어냈다. 얻은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인가보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물질적 풍요보다는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덕에 옹기는 ‘숨 쉬는 그릇’으로 대접받으며 명맥을 부지하고 있다.

10여년전 웰빙바람 타고 ‘숨쉬는 그릇’ 대접 받으며 명맥 유지
식생활 용기는 물론이고 우리 선조들의 삶 담은 질박한 옹기들
외고산 옹기마을 랜드마크 ‘울산옹기박물관’에 1100여점 소장


울산은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옹기 르네상스의 꿈을 키우는데 앞장서고 있다. 전국 옹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가 하면 옹기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하고 있다. 산업화에 밀려난 전통산업을 산업수도 울산이 장려하다니 아이러니다. 그러나 옹기를 더 이상 제조업이 아닌 문화 예술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박수를 쳐야 할 일이다.

   
▲ 울산옹기박물관 전경.

‘2010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를 계기로 옹기 메카가 된 외고산 옹기마을은 동해남부선 남창역에서 2㎞쯤 북쪽에 있다. 경북 영덕에서 옹기점을 하던 허덕만씨가 기존 통가마를 개량한 칸가마를 보급하러 다니다 1958년께 흙의 질, 교통, 땔감 확보 등 입지조건이 좋은 이곳에 옹기점을 연 것이 시초다. 한창 때에는 400여 명이 옹기업에 종사했으나 지금은 40여 명에 불과하다.

마을의 랜드마크는 2009년 11월 개관한 울산옹기박물관이다. 지붕은 거대한 옹기 모양이고 내부에 전통가마 모양을 갖추고 있어 옹기박물관답다. 1층에 300여 점이 전시된 옹기전시실과 세계 각국 옹기 800여 점이 소장되어 있는 수장고가 있다. 2층에는 기획전시실과 영상실 등이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옹기 단지 위에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고 있는 사내아이의 표정이 관람객들을 미소 짓게 한다. 커다란 옹기를 구덩이에 묻고 주둥이 위의 나무 발판에 쭈그리고 앉아 용변을 봤던 일을 나이든 사람은 추억할 것이다. 변이 떨어질 때 물이 튀어 올라 불쾌하기도 했고, 드물게는 그 통속에 빠지기도 했다.

   
▲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 옹기.

옹기전시실 입구에는 세계 최대 옹기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작품이 늠름하게 관람객을 맞는다. 높이 223㎝, 둘레 518㎝, 무게 172㎏로 어마어마한 크기다. 세계옹기문화엑스포의 간판스타로 우리 옹기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과시했다. 다섯 번 실패, 여섯 번째 성공이라는 5전6기의 도전정신으로 엑스포 개막 하루 전에 성공했다니 아슬아슬했다. 좀 힘들다고 포기를 일삼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성공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준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바닥의 유리판 아래에 다양한 옹관(甕棺)이 보인다. 각 지방에서 출토된 옹관으로 축소 모형도 있고 실제 크기도 있다. 옹관은 알(卵) 모양을 하고 있는데 환생하라는 뜻이란다.

옹기 역사는 신석기시대부터 시

   
▲ 성형이 끝난 옹기를 건조장으로 옮기고 있다.

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낮은 온도에서 그릇을 굽다가 점차 기술이 발달해 온도를 올려서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옹기에 유약을 발라 표면을 매끄럽고 광택이 나도록 한 것은 통일신라시대부터다.

전시실 장독대에 쳐놓은 금줄에 숯, 솔가지, 고추 등이 꽂혀 있다. 부정을 타지 말라는 뜻이다. 장맛이 없으면 한 해 모든 반찬의 맛이 없게 마련이므로 조상들이 장에 쏟는 정성은 대단했다. 장맛이 변하면 버선본을 거꾸로 붙여 장맛이 돌아오라고 기도하는 마음은 눈물겹다.

전시실의 장독대를 바라보니 그 옛날 우리 집 장독대가 겹쳐온다. 잘 닦인 항아리들이 낮에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밤에는 달빛이 놀러와 쪼르륵 미끄럼 타며 옛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던 정겨운 모습이 떠오른다. 장독대 옆 석류나무에 홍보석을 가득 물고 주렁주렁 달려있던 석류도 추억 속에 끼어들어 침이 고이게 한다.

식생활 용기는 물론이고 선조들의 삶을 담은 질박한 옹기들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거름통, 요강, 화로 굴뚝, 목욕통, 세숫대야, 독우물 등의 주거생활 물건이 전시돼 있다. 악기, 약탕관, 문방구, 등기구, 초병, 확독(고추·마늘 등 양념이나 곡식을 가는 데 쓰는 연장), 젓갈 독도 보이고, 약뇨병(藥尿甁)이나 오가리 단지와 같은 특별한 용도의 옹기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자금을 모을 때 사용했던 태극기가 그려진 독은 귀중한 유산이다. 이렇듯 옹기 없이는 생활할 수 없었을 정도로 선조들의 애환이 옹기에 오롯이 응축돼 있는 듯하다.

각 지방의 옹기를 모아놓은 코너에서 관람객이 자기 고장의 옹기를 보고 반가워하고 있다. 지역마다 기후와 저장하는 물건이 다르기 때문에 옹기 모양이 다르다. 추운 지방에서는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입을 넓게 만들고, 더운 지방에는 입을 좁게 하는 대신 배를 불려 통기성을 좋게 한다.

옹기마을의 조경은 주로 옹기로 꾸며져 있다. 군락을 이룬 꽃이 아름답듯 옹기도 그렇다. 그래서 옹기마을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얻는다. 마을의 ‘옹기협회’가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돼 있으며 현재는 7명의 장인들이 각자의 옹기점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을을 돌아보다가 운 좋게 장인 한 분을 만났다. 8말 들이 옹기를 빚고 있었다. 물레로 1시간 작업을 했단다. 형태가 거의 완성된 옹기에 수레 질을 하니 엉성하던 단지가 균형을 잡았다. 천으로 주둥이를 만들고 단지 중간부분에 두 줄을 그었다. 그 위에 흙을 꼬아 붙인 뒤 빗금 문양을 쳤다. 날렵한 손놀림이 가히 놀라웠다.

성형이 끝난 옹기는 말리는 장소로 옮긴다. 저걸 과연 옮길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길이가 4m쯤 되는 광목 베를 두 겹으로 접어 단지를 감싸고는 두 사람이 가뿐히 들어 옮겼다. 두드리면 출렁이는 옹기를 저렇듯 쉽게 옮기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 이선옥 수필가·전 문화관광해설사

다음 공정은 그늘에서 말리고 유약을 입히는 일이다. 유약이 마르기 전에 문양을 그리고 가마 안에 넣어 900~1200℃에서 구운 후 불문을 막고 서서히 식히면 옹기가 탄생된다. 이 옹기점에서는 열흘 전에 가마에 불을 때기 시작해 어제 불을 끝내고 식히는 중이란다. 얼마나 좋은 옹기가 나올지 가슴 설레는 것은 수십 년이 지나도 한결같단다. 불량품을 깨어버리는 것은 옛말이고 전시용이나 조경용으로 팔려 나간다니 다행한 일이다.

나이 일흔의 노인이 옹기에 혼을 불어넣는 모습은 아름답고 행복해 보였지만 기술을 전수받을 사람이 없어 슬프다고 했다. 모두들 배가 부른지 어려운 일을 꺼려해서 대가 끊어질 것 같다는 말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 겨울 옹기마을 골목길을 걸으면서 추억도 새기고 예쁜 옹기 소품을 사다 식탁에 올려놓으면 좋을 듯싶다. 옹기제작 체험을 할 수 있는 옹기아카데미관과 우리 고장 문화와 풍속을 엿볼 수 있는 울주민속박물관도 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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