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상공회의소가 매년 1월초 신년인사회를 열고 있다. 올해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랜만에 만난 참가자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눴다. 상의가 내건 올해의 슬로건은 ‘울산 경제, 도약하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많이 힘들었던 2016년과 달리 새해에는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의지를 담았다.

이 자리에서 전영도 상의 회장은 “올해도 미국 등 주변국가의 영향으로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지만 울산 특유의 저력으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나타냈다.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저력을 다시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독려로 해석됐다. 김기현 시장의 신년사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가 없는 성과는 없듯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즐긴다면 울산은 재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지의 중요성이야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뒤이어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나갈 만한 방안 제시가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슬기롭게’라는 단어도, ‘도전과 변화를 즐기자’는 말도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상의는 상의대로, 울산시는 울산시대로, 어떻게 해야 울산 경제가 도약할 것인지를 제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단상 위와 아래의 온도차다. 단상 아래의 일반 참석자들은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단상 위의 말에 공감하거나 슬로건처럼 ‘경제도약’을 위한 의지를 다지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원래 그런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00여명의 지역사회 리더들이, 그것도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 한 자리에 모였는데, 통상적 의례에 그친다는 것은 낭비가 아닌가해서 하는 말이다.

신년인사회는 상의가 주최하는 행사인 만큼 경제분야에 비중을 두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한 해에 한 번 뿐인 기회다. 지역사회의 어젠다를 공유하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정보를 교류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드는 자리로 만들 수는 없을까. 정치인들의 뻔한 말 몇마디를 듣고, 참석자 명단을 확인하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안부를 묻는 것으로 의미를 다했다고 하기에는, 왠지 아까운 자리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보다 활발하게 교류가 이뤄져서 참석자 모두가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명감을 다지고 자긍심을 얻을 수 있는 신년인사회가 되도록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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