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으로서 세상 보는 눈이 넓어지고 현명해졌다고 본다"

퇴임을 2주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8년을 회고하면서 "지난 8년간 세상 보는 눈이 넓어졌으나, 기본적으로 나는 똑같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 [AP=연합뉴스]

7일 시카고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정치적 고향' 시카고의 주요 언론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매체별로 1대1 인터뷰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어로 나선 NBC·CBS·ABC·WGN·WBBM 소속 기자 대부분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입성 전에 일리노이주 정치인으로 활동할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이들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매체마다 다른 사안에 중점을 둬 다양한 질문이 나왔으나, 재임기간 자평·백악관 생활 회고·인종간 갈등에 대한 의견 등에 대한 질문은 공통적이었다.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변화'(change)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대불황'을 극복하고 6년 연속 경제성장을 이어오면서 실업률을 5% 이하로 낮췄다. 소득 수준은 향상됐고 빈곤률은 낮아졌다"고 자평했다.

"백악관 생활 8년동안 달라진 점"을 묻자 "흰머리가 늘었다. 그러나 측근들은 내 기본적 인성에 변함이 없다고 말할 것"이라며 "아내 미셸과 두 딸, 가까운 친구들이 내가 중심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 덕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현명해졌다고도 생각한다"면서 "더 많은 문제에 대해 알게 됐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더 희망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카고 시의 폭력 범죄 증가처럼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여러가지 문제를 겪고 있으나, 나는 미국인과 미국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고 우리가 함께 노력해간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세계 최고의 권력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이 홈타운 시카고의 폭력을 멈추지 못했다"고 비판한 데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각자의 역할이 있다. 범죄와 치안은 지역적 문제"라며 "시카고 폭력 범죄를 막기 위해 해병대를 보낼 수는 없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내 임기에 미국의 전체적인 폭력 범죄는 줄어들었으나 시카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특이한 경우"라며 갱 조직·총기류 접근 용이성·지역주민과 경찰 간 긴장감·빈곤층 고립 등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오바마 집권 8년간 인종간 갈등이 점점 더 악화됐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미디어의 발달로 인종 갈등과 폭력 상황을 더 많이 보기 때문이지 인종관계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나아졌다"고 맞받았다.

그는 이어 "미국 인종 관계는 전반적으로 긍정적 궤도를 그려나가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한가지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흑인 대통령 선출로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딸 사샤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워싱턴DC에 계속 살기로 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시카고로 돌아올 계획이 있는가"를 묻자 "최종 결정은 아내 미셸이 한다"고 답했다.

그는 "시카고에 아직 집이 있고, 장모와 많은 절친들이 살고 있으며 무엇보다 대통령 기념관 '오바마 센터'가 들어선다"며 "앞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에너지를 쏟아 부을 것이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이 태생으로 1985년 시카고에 터를 잡은 오바마 대통령은 일리노이 주의회 상원의원(1997~2004)과 일리노이 연방상원의원(2005~2008)을 거쳐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0일 시카고에서 8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고별 연설'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