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악몽 재현” vs “환율 방어로 영향 제한적”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 위안화의 달러당 가치가 심리적 지지선인 7위안을 위협했다가 다시 내려가는 등 갈피를 잡기 힘든 행보를 보이자 국내 금융시장도 경계태세에 돌입,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물론 세계증시를 뒤흔들었던 1년 전 ‘중국발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국으로선 위안화 가치 하락이 해외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확보로 수출에 도움이 되지만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과 그에 따른 주가 폭락을 불러오는 ‘양날의 검’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위안화 절하가 잇따르자 외국인 자금이탈과 그에 따른 증시 폭락 현상이 일어났고 이는 세계증시에도 큰 충격을 줬다. 중국 경제와 밀접한 한국 상황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중국 위안화 흐름을 보면 오히려 작년 1월 초보다 더 상황이 나쁘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 증시가 개장 30분 만에 7% 이상 폭락해 거래가 중지된 지난해 1월 7일에는 위안/달러 기준 환율이 달러당 6.5646위안, 역외시장 환율은 6.6905∼6.7618선이었다.

그러나 최근 2~3개월간 위안/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 방어의 저지선으로 여기는 7위안에 훨씬 근접해 있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지난 4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6.9526위안으로 고시, 이틀 연속 위안화 가치를 2008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 뜨렸다.

그러다 위안화 약세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자 6일에는 위안/달러 환율을 전날보다 0.92% 내린 달러당 6.8668위안으로 고시했다.

귄희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부터 빠르게 오른 위안/달러 환율이 작년 중순 무렵 안정을 찾는듯하다 10월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여 작년 초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중국은 상품무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본유출에 시달리고 있어 이를 메우려고 외환을 내다 팔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 추가 약세 우려는 지속할 전망이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에 근접했지만, 시장의 기대심리는 여전히 위안화 추가 약세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연초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을 넘으며 동시에 12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를 하회할 수 있다”면서 “이는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자산 회피심리를 강화해 국내 증시에
외국인 매도 압력을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가 1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국내 증시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흐름은 지난해 초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글로벌 차원의 달러 강세라는 외부적 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은 “최근 위안화 약세는 경기 악화나 부동산 거품 등 중국 경제의 내부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금리인상 등 외부적 요인 때문”이라며 “위안화 약세 정도와 비교하면 중국이나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5일과 6일일 연속 위안화 절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 자본유출 단속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인민은행이 7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조105억 달러로 전망치를 소폭 상회했다. 전월 말보다 다소 줄었지만 자본 흐름의 고삐를 죈 덕에 저지선인 3조달러는 지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배성영 KB증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지난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전보다 세련되게 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며 “중국의 거시 지표가 양호하고 자본유출 조치도 있는 만큼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올해 위안/달러 환율은 6.8∼7.1위안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달러의 강세 현상이 현재 과도해 1분기 이후에는 오히려 약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