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자리에 시립미술관 건립
부지도 선정 안된 상태서 쫓겨나

▲ 장세련 울산아동문학회장

울산 중부도서관이 이전한다. 올해 5월 말까지 현재 위치한 중구 도서관길60의 북정동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 불과 5개월여 후면 도로명 주소의 의미조차 무색해지는 것이다. 현재의 시설로는 장소가 협소하다. 주차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 때문에 확장이전의 필요성은 여러 번 언급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공간이 중부도서관이다.

이런 도서관의 느닷없는 이전 이유가 어이없다. 이용객들이 생각하는 이유는 조금도 반영되지 않은 이전계획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중부도서관 자리가 울산미술관 건립부지로 선정되었고 미술관 건립이 추진되려면 어쩔 수 없이 도서관이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현재까지 새로 지을 도서관의 부지조차 선정되지 않은 채 무작정 이전을 해야 한다니 여간한 충격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용객들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이전계획은 행정상의 문제를 아무리 감안한다고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제실이 커야 제관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듯 도서관도 반드시 장소가 넓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전이라면 적어도 현재의 여건보다 나아져야 하는 것은 일반상식이다. 새 건물을 짓기까지 임시로 옮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부도서관이 현재의 자리에 개관된 것은 1984년이다. 33년을 지적 휴식공간으로 사실상 울산 시민들과 함께 해온 역사적 공간이다. 이런 역사적 공간이 기껏 5개월여 기간 내에 옮겨질 예정이다. 임시로 임대한 아울렛 건물의 2, 3층이 전부다. 도서관 관계자가 아니어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곳은 현재 중부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장서보관만으로도 복잡할 것 같다. 현재도 협소해 확장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더 좁은 공간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니 여간 답답한 노릇이 아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새 도서관이 건립될 때까지는 중구민들이 지적허기를 채울 공간을 빼앗기게 될 것만 같다. 이런 중부도서관의 처지가 놀부의 전횡으로 빈손으로 쫓겨난 흥부의 신세와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도서관의 역할은 단순히 책을 대여하는 것만이 아니다. 약속이 어긋났을 때 애매해지는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면 억울함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이동시간 사이의 틈새 시간을 메우기에도 도서관만 한 장소가 없다. 혼자 들러도 외롭지 않고, 함께 들르면 지적문화의 향유라는 공감대가 생기기도 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들르면 부모로서 상당히 격조있는 나들이를 시켜준 듯한 뿌듯함이 생기는 공간이 도서관이다.

잘 지은 도서관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지를 중구청은 아는지 모르겠다. 일본 사가현에 가면 유명한 도서관이 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이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도서관을 대대적으로 확장한 이후 관광수입도 크게 늘었다. 건물 내부에는 도서와 관련된 모든 것을 비치했다. 1층에는 이용객들이 차를 마시면서 책 속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커피점도 들였다. 책과 관련된 소품을 판매하고, 읽던 책을 구입할 수도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이용객들이 3.6배 이상 늘었다. 달랑 도서관뿐이던 한산한 소도시에 먼 곳에서까지 찾아드는 방문객이 늘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외국관광객들까지 불러들이게 되었고 인구 5만명의 도시에 무려 100만명의 인파가 몰리게 되었다. 이런 기적같은 현상은 또 다른 기적을 낳았다. 40만명에 달하는 외부 방문객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대형마트도 생긴 것이다. 그들이 묵을 숙소가 성업을 하게 되고, 늘어난 음식점들도 북적거린다. 상권이 저절로 형성된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인근에 있던 작은 신사를 중심으로 둘레길까지 만들어서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게 된 곳이 일본 사가현의 다케오 시립도서관이다. 획기적인 정책으로 휴일이면 도서관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는 기현상까지 관광의 이유로 만든 것이다.

이에 비하면 중부도서관의 이전 이유는 어불성설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을 밀어내고 미술관을 짓겠다니 말이다. 물론 미술관도 있어야 한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지자체의 몫이다. 다만 그 자리가 굳이 중부도서관이어야 하는지는 재고해볼 일이다.

장세련 울산아동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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