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모가족중앙회, 롯데百 광장 선점·집회
기존 촛불집회는 200m 정도 떨어져 진행
각각 “탄핵 기각” “대통령 퇴진” 목소리 높여

▲ ‘박근혜 정권 퇴진 제9차 울산시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 7일 울산시 남구 현대백화점 앞에서 세월호 1000일을 추모하는 노란풍선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동수기자

울산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와 탄핵기각을 요구하는 맞불집회가 처음으로 같은 날 열렸다. 이날 촛불집회와 맞불집회가 열린 장소는 각각 삼산동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인근으로 직선거리로 불과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촛불집회 주최단체인 ‘울산시민행동’은 지난 7일 오후 5시부터 삼산동 현대백화점 옆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제9차 울산시민대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그동안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했으나 박사모가족중앙회가 해당 장소에서 1월 한달간 매주 토요일 집회를 신고, 장소를 선점하는 바람에 이곳으로 옮겼다.

주최 측 추산 2000명(누적인원 기준·경찰 추산 500명)이 참가한 집회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자유발언, 문화공연,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추모하기 위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으로 노래패공연과 세월호 추모영상 등이 진행됐다. 이어 도심 대로를 따라 1.6㎞ 정도를 행진했다.

한 참가자는 “우리가 그동안 촛불을 들었던 장소에서 오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집회가 열렸다”면서 “촛불집회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명백하지만 굴하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박사모 가족’ 등 보수단체들이 지난 7일 울산시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집회를 가진 뒤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촛불집회에 앞서 이날 오후 1시부터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로 구성된 ‘박사모가족중앙회’가 자유수호 및 탄핵기각을 위한 범울산시민궐기대회를 열었다. 경찰은 500명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했다.

울산에서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가 집회신고를 하고 대규모 집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효”와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비판하거나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도심 대로를 따라 3.2㎞ 정도 행진한 뒤 오후 5시30분께 집회를 마쳤다. 이 집회가 열린 장소는 그동안 대통령 하야와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던 장소다.

경찰은 두 집회의 시간이 달라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00여 명의 병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다행히 두 집회 참가자들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새해 첫 주말 촛불집회가 이날 울산을 비롯해 지방 곳곳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집회는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희생자 추모제를 겸해 진행됐다.

이형중·이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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