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등 제조업 불황 직격탄
중소 도시 부동산 시세 하락 불보듯
정부 ‘지방경제대책회의’ 출범해야

▲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온 나라 온 국민의 에너지와 관심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쏠려 있다. 미국이나 중국같은 가진 것이 충분한 나라도 이런 식으로 가면 나라가 온전할 수가 없다. 정치가 잘못되면 국민이 방황하고 서로 증오하고 충돌하는 무정부상태가 되는 것처럼 경제가 잘못되면 국민이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가 정상에서 벗어난 이상으로 경제도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찬성촛불과 반대촛불이 서울로 몰려드는 것처럼 경제도 서울과 수도권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손발과 팔다리에 해당하는 지방경제가 곪아터지고 있는데도 얼굴인 서울만 보고 건강진단을 하는 형국이다.

특히 민생경제는 과거 고도성장기처럼 서울중심으로 관리하면 상황을 완전히 그르칠 수밖에 없다. 제조업에 기반한 한국경제는 불황기에 공단이 많은 지방의 타격이 훨씬 크게 마련이고,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 경제문제의 핵심이다. 서울은 서비스업이 기반인데다가 외국인 기업과 외국인 관광 수요 등 이른바 글로벌경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우리 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둘째, 지방경제가 앞날이 보이지 않으면 지방에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집을 팔고 가게를 처분해서 상대적으로 나은 서울로 몰려든다. 이런 ‘상경수요’ 때문에 서울 강남의 부동산 경기는 우리 경제가 아무리 나빠도 끄떡도 없다. 지방경제가 불경기를 겪은 다음 다시 회생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외환위기 때와는 근본 양상이 다르다. 지금은 지방에 기반을 둔 한국의 제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갈수록 지방도시 자산의 서울 이전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지방발 가계부채문제가 올해 가장 심각한 경제문제가 될 것이다.

셋째는 고속철도가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묶으면서 점점 ‘주말부부’라는 말이 사라지고 서울(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도시의 주거·교육 수요는 번창하고 지방은 급속히 ‘유출도시’로 변해갈 우려가 크다. 이렇게 되면 쇼핑에서 주거·교육·문화까지 ‘서울 및 수도권 일극집중화’가 빠른 속도로 심각해질 것이다. 부산 대구 등 지방대도시도 현상유지에 급급할 공산이 커 보인다.

무엇보다 지방 중소도시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중소도시들은 이대로 가면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값이 하락하면서 자영업과 중소기업 연쇄부실로 치달을 수 있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 아파트가 골칫거리다. 서울·부산·대구까지는 아파트가 낡아도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중소도시는 재건축 수요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자산가치와 담보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책당국자들은 과거 고도성장의 관성에 젖어서 서울과 수도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앙의 언론도 마찬가지다. 어쩌다가 ‘조선산업 불황과 울산·거제 경제’ ‘철강산업 위축과 포항 경제’ ‘해운몰락과 부산 경제’를 ‘특집’으로 다룰 뿐이다. 관련 학계의 전문가들도 다를 바가 없다. 지방 중에서도 철강·조선·해운 등 사양산업이 몰려있는데다 지진여파에 시달리는 울산·경주를 중심으로 포항에서 부산에 이르는 ‘동남권’에서 가계부채문제가 심각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비수기인 겨울이라서 실감을 제대로 못하지만 다가올 봄철경기도 풀리지 않을 것이 뻔하다. 이런 가운데 온갖 정치일정까지 겹치고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문제는 급속히 악성화될 우려가 커 보인다. 황교안 대행을 중심으로 경제부총리와 지방단체장들로 구성된 ‘지방경제비상대책회의’를 출범시켜서 지방 가계부채부터 대책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새해 과제다. 개헌도 선거도 ‘먹고 사는 것’ 즉 경제가 안 되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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