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농축수산물부터 가공식품까지 선택폭 넓어져

▲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4만9000원짜리 설 선물용 돼지고기 선물세트.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영란법 영향으로 5만원 이하 설 선물세트가 크게 늘어났다. 연합뉴스

#40대 중반 중소기업 총무부장 A씨. 명절마다 회사 간부들에게 한우와 한과 등의 선물을 건네왔다. 그러나 올해는 어떻게 보내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회사로 배달되는 각종 선물택배를 그 자리에서 되돌려 보내는 상사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A부장은 1만5000원하는 편강을 부서원과 상사에게 똑같이 나눠주기로 했다. 편강의 알싸한 맛이 사무실 근무자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고, 투명 용기에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 주는 이, 받는 이 모두가 만족할 것 같다.

#전원생활을 하는 60대 주부 B씨.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이웃과 친척들에게 과일과 육류 등을 선물했다. 하지만 올해는 부담이 적지않다. 남편도 퇴직을 한 터라 아들내외와 함께 명절을 지내는 것만으로도 빠듯하다. 고민 끝에 B씨는 마당 뒷켠 닭장에서 10개의 달걀을 모아 이를 한데 묶어 이웃에게 선물했다. ‘AI 이후 달걀값이 비싸졌으니, 귀한 청정란으로 선물을 대신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 밖에 지인들에게는 직접 달인 조청을 조그만 병에 담아 나눠줬다. 명절에 만들 쌀떡을 찍어먹기에 그만이라 받는 이 모두가 좋아했다.

◇더 작게, 더 싸게, 사라진 포장지

각 백화점 명절선물 특별전에 5만원 이하 농축수산물 상품을 대거 나왔다. 지난해까지 5만원 이하 선물은 커피, 차, 디저트류 등 가공식품이 대부분이었으나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좀 더 다양한 영역에서 맞춤형 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고가선물의 대명사 정육선물세트도 5만원 이하 상품이 나왔다. 삼겹살(1kg)과 목살(0.5kg)로 구성한 ‘돈육실속세트’는 4만9000원에 판매된다. 쇠고기세트도 중량을 대폭 줄여 5만원 이하 상품으로 선보인다. 굴비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의 경우 10~12cm 크기의 굴비 40미를 엮은 알뜰굴비세트를 3만원 대 사전예약상품으로 판매한다. 갯수를 줄인 배·사과, 수삼세트 역시 인기다.

농산물을 가공한 실속제품도 눈길을 붙잡는다. 참기름과 들기름, 1~2개씩 개별포장된 된장과 청국장, 편강과 전통조청 등이 1만~2만원대 저렴한 상품으로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있다.

 

◇1인 가구용 맞춤형 선물

1~2인 가구 비중이 55%로 높아진 세태가 명절 선물 풍속까지 바꾸고 있다.

각종 TV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확산된 혼밥(혼자 밥 먹고), 혼술(혼자 술 마시는) ‘나홀로족’ 트렌드를 반영하듯 5만원 이하의 맥주선물세트가 큰 인기다. 수입맥주 선물세트 6종의 경우 1만~2만원대로, 맥주잔을 끼워팔기도 한다. 젊은층에서는 아예 낯익은 국산맥주와 해외수입맥주를 한 박스에 두루 담아 개성적인 포장으로 상대에게 건네기도 한다.

편의점에서도 명절을 겨낭한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진다. 2인용 전기밥솥, 미니오븐, 전기주전자 등 소형가전제품이 편의점 매대에 오르는가 하면, 간단한 요리를 즐기는 1~2인 가구를 겨냥, 주방조리기구까지 판매하고 있다.

◇300여개 세트상품 ‘설선물 모음집’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전국의 우수 농수축산품을 엄선한 온라인 카탈로그를 제작배포했다. 전 국민 누구나 관련 홈페이지 ‘우리농수산식품모음집(www.holidaygift.co.kr)’에 들어가면 5만원 이하 설 명절 선물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등 주요 검색사이트에 있는 ‘우리 농수산식품 선물하기’ 배너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모음집에는 두 기관이 주관한 수산물 브랜드대전 수상 제품, 품목별 품평회(수산물·과일·쌀·축산물·식품·전통주) 수상 제품, 식품명인이 만든 제품, 지자체 추천 상품 등이 두루 소개되고 있다.

모든 품목의 가격은 김영란법 선물금액 상한인 5만원 미만이다. ‘전북 정읍에서 생산한 3만3000원짜리 한과바구니’ ‘완도 참전복 11~12마리가 든 4만9900원짜리 전복세트’처럼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10만원을 호가하던 한과와 전복도 무조건 5만원 이하 실속형으로만 소개한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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