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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동의 영남알프스 견문록]“표범은 못봤지만 새끼 범과 담비는 직접 목격”2부-산을 이고 사는 사람들 - (11)솔개산 황 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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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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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총 든 황 포수와 사냥개. 1953년 온산읍 산암리 산하마을 대밭에서 찍은 사진이다. 황종만씨 제공

#일 마(馬), 이 총(銃), 삼 첩(妾)이라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울산의 여러 홍두깨 봉우리를 누비던 명포수가 생존해 있다. 그를 찾아간 곳은 울산 해안마을 산하방(山下坊)이었다. 영남알프스에서 직선거리로 약 30㎞ 떨어진 춘도(椿島) 인근이었다. 과거 울산 연안의 해안마을 대부분은 뚝뚝 떨어졌었다. 예컨대 장생포 내해에서 개운포 사이의 일곱 마을을 해칠방(海七坊)이라 불렀다. 수소문 끝에 알게 된 황종만(1926년 생) 포수는 산하방 솔개산을 주름잡았던 퇴역 포수였다.

생계형 사냥꾼 아닌 취미로 사냥 즐기던 한량 포수
사냥철만 되면 사냥개 2마리 풀어 산 누벼
사향노루 피·곰 쓸개 직접 먹은 것이 장수비결
‘범 잡는 담비’ 사냥감 물어뜯어 만신창이 만들어


“어른들 말씀으론 일 마(馬), 이 총(銃), 삼 첩(妾)이라 했어요.”

아버지에게 배운 풍수를 봐주며 한평생 산과 함께 살아온 그가 내뱉은 우스갯소리는 불역순리(不逆循理) 기질을 잘 말해준다. 말 타고 총 들고 사냥 즐기면서 여자를 데리고 놀면 남성 불알운동 하나는 끝내준다는 말이다. 역마살이야말로 팔자이고 운명이다.

황 포수는 생계형 사냥꾼이 아니라 그저 취미로 사냥을 즐기는 한량 포수였다. 부잣집 외아들인 것은 총을 보면 알 수 있다. 황 포수가 쓰던 엽총은 영국제 단발 ‘구레나’(일명 구랭이, ‘클리너’로 추정)였다. 한 발 쏘고 또 장전 넣어 쏘는 단발총으로, 보통 12번 쏜다. 부산 수정동 한 포수라는 분한테 당시 6만원을 주고 산 것으로, 값싼 논 서너 마지기 될 값어치였다.

“내 마이(만큼) 꿩 잡은 사람 없을 거요. 노다지 잡아들이니 부산에서 냉면집 주인이 단골로 가져갔죠. 볼펜만한 꿩다리 빽다귀(뼈다귀) 국물 맛내는 데는 일품이거든. 비결은 꿩엔 기름기가 없어서 그래요. 꿩 한 마리 뼉다귀 해봤자 한 주먹도 안 되지만 푹 고우면 한 솥은 거뜬히 나와. 열병 푸는 데나 장질부사(장티푸스)엔 꿩 국물이 최고 아잉교.”

황 포수는 사냥철만 되면 산천을 쏘다니며 사향노루와 곰쓸개를 빼먹고, 사냥개를 풀어 산을 누볐다.

“요즘은 사냥개가 위치추적 칩을 달고 다녀 사냥도 수월해졌어요. 개가 짐승을 반쯤 죽여 놓으면 포순 확인 사살만 하면 되니깐.”

그가 길들인 사냥개는 굴 속에 숨은 짐승을 잡아내거나 집요하게 짐승을 물어뜯는 맹견이었다.

“내가 질(길) 들인 개는 두 마리였어. 애꾸눈 사냥개 패스랑 재보야. 패스는 일본산 개 아키다와 섞인 어중이(어중간한 혈통)이고, 작은놈은 진돗개 잡종였심더. 처음엔 우리 동네 보리밭에서 까마귀를 상대로 사냥개 질들이길 하는 데 어린 사냥개가 총소리에 놀라 달아나 애를 먹었지. 온산 화산에서 멧돼지 발자국을 발견한 적 있어요. 새끼 달린 멧돼지는 더 사나워. 개 두 마리 몰고 가서 혈투를 벌였죠. 개는 정면승부 안하고 뒷다리를 물어요. 한 마리 개는 돼지 뒷다리에 차여 애꾸눈 되고, 한 놈은 고라니 뒷다리에 차여 애꾸눈 됐심더. 끝내는 성난 멧돼지 뿔에 배가 터져 죽었심더.”

   
▲ 바닷가 마을 뒷산이 솔개산이다. 온산 권오용씨 제공

#온산 솔개산 여우의 떼죽음

내륙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가 야산에는 의외로 여우가 많았다. 황 포수는 춘도가 내려다보이는 솔개산 범굴에서 여우 사냥을 했다고 한다.

“1953년 무렵일 겁니다. 춘도엔 수달이고 꿩도 없을 때였어요. 여우 수십 마리가 보리밭에서 몰살해 있더라고요. 동네사람들은 전염병이라 하는데, 글쎄…. 지금도 의문이 안 풀려요. 가끔 큰 산에 여우, 담비 사냥 가요. 족제비 꼬랑지, 여우 모피 하는 말 알죠? 여우는 모피 아니면 쓸모가 없어요. 그런데도 밀렵꾼들은 잡은 여우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단속 때는 불에 거슬러 땅에 묻곤 하지.”

황 포수는 젊은이 못지않게 혈기가 팔팔해 보인다. 그에게 장수 비결을 묻자 젊었을 때 산엘 많이 다닌 덕에 오래 산다고 했다. 그는 노루를 잡으면 피만 맛보고 고기는 남에게 나눠주었다. 귀한 약초를 캐면 팔지 않고 자신이 먹는다던 언양 약초꾼 영감이 떠올랐다. 약초꾼 영감은 백세 되던 해에 자는 밤에 세상을 떠났다.

대운산, 천성산, 신불산을 비롯하여 낙동정맥을 타고 추풍령을 넘나들기도 했다. 한번은 부산 대연동에 사는 포수와 함께 추풍령에 있는 뭉치마실에 원정 사냥을 간 적이 있었다.

“교회에서 먹고 자면서 뭉치산 바람의 언덕에 밤불 놓고 사냥했심더. 그땐 산에 불을 놓아도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이 없을 때요. 이마에 램프 달고, 배터리 허리에 차고 야간 사냥 나갔지. 밤불 놓으면 주로 노루 잡고 멧돼질 추적함더. 아는 길도 밤길은 걷지마라 하잖아요. 깊은 골짝에서 불이 억수로 큰 짐승을 발견했는데, 앞에 질러가는 범이 네 발로 자갈 질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맹수 잡는 큰 엽총을 쥔 부산 이 포수가 호랑이불 아닌교 하기에 그럴 줄 모른다 했죠. 산을 오르기 전 깊은 골짝 추풍령 주민한테 호랑이 발자국 봤다는 말을 들었기에 긴장이 얼마나 되던지. 부리부리한 불빛이 가까이서는 빨간 두 개, 멀리서는 파란 하나로 보여 에라이 모르겠다 불을 보고 쏘았지. 잡고 보니 큰 부엉이 눈깔인기라요. 하하하. 큰 산 주변에 사는 부엉이 말이요. 그 뒤에 천성산에서 있었던 일임더. 날아가는 꿩을 잡으려는데 뭔가 큰 놈이 있어 총을 쏘았어요. 살아있는 부엉이 날개를 맞힌 겁니다. 그날 오지게 재수 좋아서 꿩 잡고 부엉일 잡았지. 집에 가지고 와서 한 달 넘게 키웠죠. 납새미(가자미) 잡아 먹이고 했는데 결국 죽대요.”

#"범 없으면 실갱이 왕질 한다"

그는 표범은 목격하질 못하였으나 갈가지(범의 새끼)와 담비는 직접 보았다고 한다. 갈가지와 담비는 주로 밤에 활동을 하는 야행성 동물이다.

“갈가지는 귀가 돌방하고(둥글고) 삵은 귀가 쥐 같이 생겼어요. 천성산 사냥을 나갔다가 사부작사부작 기는 놈을 보니 갈가지인 기라요. 크기는 개만 한 게 삵하곤 달랐어요. 저 만치서 서로 눈이 딱 마주쳤는데 유효거리가 아니라 못 잡았다 아잉교. 사냥개가 씩씩거리며 뛰어오는 바람에 눈치 채고 달아난 기라요. 지금 생각해도 아깝심더. 보통 실탄은 5호, 6호 작은 거 씁니다. 큰 짐승은 급소를 맞지 않으면 달아나요. 바위에 앉아있는 산양도 봤지만 유효거리가 안 돼서 못 잡았심더.”

담비는 머리가 세모져 좁고 깡충 높이 뛰어올라 날아가는 새도 낚아챘다. 황 포수는 “범 잡는 게 담비”라고 했다. 여러 마리가 어울려 다니며 사냥을 하는 담비는 고기는 먹지 않고 주로 내장만 먹는다. 보통 맹수는 목을 물어뜯지만 담비는 온 천지를 물어뜯어 만신창을 만드는 사나운 짐승이다. 반면에 표범은 자기 먹을 만치만 잡지만 호랑이는 닥치는 대로 죽인다.

   
▲ 배성동 소설가

“우리는 갈가지를 실갱이라 불러요. 우리끼리 하는 말로 돌을 던진다고 하지, 그 놈은 뒷발로 돌을 차는 버릇이 있거든. 갈가지 중에는 청실이와 우실이가 있어요. 청실이(청실갱이)는 가죽이 푸른 얼룩무늬인데, 그건 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 가죽 색깔이 달라져 검은 색이 섞인 짐승은 푸르스름하게 보여서 그렇습니다. 우실이는 범가죽처럼 누른 줄무늬요. 귀도 틀려요, 고양이 귀처럼 빳빳 일어나요. 청실이 우실이는 사냥개가 훌치면 낭개(나무) 위에 올라가버려 빤히 쳐다만 보죠. 총 없으면 못 잡아요.”

그의 사냥 무대였던 울산 울주군 온산읍 솔개산은 몽땅 밀려 방파제 돌이 되었고, 마을은 통째로 매립되어 석유비축기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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