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2017년 정유년은 총명함을 상징하는 ‘붉은 닭’의 해이다. 닭은 우리 민족에게는 새벽을 알리는 부지런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닭은 몸 전체가 깃털로 덮여 있고, 땀샘이 없어서 체온 조절을 잘 못해 열에 취약하다. 한여름 폭염과 한겨울 한파와 같은 극한의 날씨, 특히 온도에 아주 예민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양계장 온도가 26.7℃가 넘으면 닭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 30℃가 넘으면 산란 수는 감소하고, 32℃에 도달하면 체온과 호흡수가 상승해 입으로 거친 숨을 내뱉고 날개를 펄럭거리는 등 굉장한 고통을 호소하며, 급기야는 폐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저온에 노출된 병아리는 1주 이내 폐사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계사 내 온도를 항상 32℃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큰 닭은 저온에 대한 저항력이 비교적 강하지만 기온이 0℃ 이하로 내려가면 큰 닭조차도 정상체온 유지가 어렵고, 영하 9℃ 이하가 되면 활력과 산란율이 심하게 저하된다. 따라서 농가에서는 남쪽 창문을 제외한 모든 창문을 비닐로 막아 겨울철 찬바람을 차단하고 벽엔 단열재를 설치해 실내온도가 10℃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지난 주, 낮기온이 10℃를 훌쩍 넘어 3월 중순에 해당하는 봄날씨가 일주일가량 이어졌다. 목련과 개나리 등 봄꽃들이 봄날씨인 줄 착각하고 개화를 했다. 그러다가 아침기온이 영하 10℃ 안팎으로 곤두박질치며, 다시 세찬 겨울로 계절이 순식간에 방향을 틀었다. 우리는 외부의 기온에 체온이 변하는 닭과 같은 변온동물은 아니지만, 항상 36.5℃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1℃라는 작은 온도에도 크게 반응한다.

최근처럼 봄과 겨울을 넘나드는 20℃ 이상의 큰 기온 변화가 생기면 우리 몸은 쉴 틈 없이 바쁘다. 이렇듯 기온의 오르내림이 크고 또 반복될수록 신체가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는 그만큼 커진다. 아주 추운 날보다 환절기에 감기환자가 더 많아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이다. 닭이 기온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처럼, 우리도 외부의 작은 날씨변화를 꼼꼼하게 챙겨 ‘건강 한 해’로 만들어야겠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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