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6천여만명 관람 음악축제
일본인들 기모노 입고 관람 눈길
한복 입은 한국인도 볼 수 있길

▲ 김대종 울산중구문화의전당 관장

매년 새해 1월1일이 되면 전 세계의 고전음악 애호가들이 맘 졸이며 기다리는 음악회가 있다. 바로 음악의 본 고장 오스트리아 수도 빈(Vienna)에서 열리는 빈 필 신년음악회이다. 빈 신년음악회는 빈 소재 뮤지크페라인(Musikverein)극장의 황금홀에서 열리는데, 이 음악회는 그냥 단순한 음악 공연이 아니라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축제라 할 수 있다.

빈 필 신년음악회는 전통적으로 요한 슈트라우스(Johann Strauss)일가의 왈츠를 중심으로 연주곡목이 선정된다. 금년 빈 필 신년음악회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봉을 잡았다. 공교롭게도 두다멜은 1981년생 닭띠로서 빈 신년음악회 76년 역사상 최연소 지휘자라는 영예를 안았다. 이번 공연은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라 <빈의 여인들> 중에 나오는 ‘쉴레딜 행진곡’을 시작으로 총 17곡의 왈츠와 폴카의 음악이 연주됐다.

빈 필 신년음악회는 몇 가지 특별한 규칙이 있다. 그 첫 번째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이 앙코르 곡으로 꼭 연주돼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 또는 ‘빈에서 음악공부를 한 사람’이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휘자에 대한 전통은 1990년대 독일 출신의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를 맡으면서 깨졌다.

빈 필 신년음악회는 1941년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신년을 축하하는 음악회는 있었지만 지금의 형태로 시작된 것은 이 때부터이다. 이 연주회는 1945년 세계 2차대전으로 인해 한 차례 중단된 것을 제외하고는 76년 동안 한번도 중단 없이 이어져 왔다. 빈 필 신년음악회가 있기까지 지대한 역할을 한 사람은 빈 필의 악장이며 지휘자이기도 하였던 빌리 보스코프스키(Willi Boskovsky)이다. 빌리 보스코프스키는 1954년 당시 지휘자였던 클레멘스 크라우스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지휘봉을 이어 받게 되었는데 1955년부터 1979년까지 장장 25년 동안 빈 필 신년음악회를 지휘했다. 그는 신년음악회 때마다 생전의 요한 슈트라우스 2세를 재현하듯이 직접 바이올린을 들고 지휘하는 모습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빈 필 신년음악회 관람티켓은 어떻게 구할까. 빈 필 신년음악회 티켓 구하기는 그야말로 로또 복권 1등 당첨만큼 어렵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표를 판매하면 엄청난 소요사태(?)가 발생될 것을 우려해 매해 신년음악회가 끝난 직후인 1월2일부터 23일까지 3주간 예매 희망자들의 접수를 온라인 또는 우편으로 받는다. 그 다음 추첨을 통해 1인당 티켓 2매까지 구매 기회를 준다. 얼추 티켓 구입이 공정한 것 같지만 소문에 의하면 티켓의 3분의 1은 사전에 이미 예약자가 결정돼 있다고 한다.

올해 신년음악회 티켓 가격은 좌석 등급에 따라 최저가 35유로(약 4만3000원)부터 최고 1090유로(약 136만원)까지였다. 이 음악회가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암표도 등장한다. 좋은 좌석의 암표는 최고 4700유로(약 680만원)까지 거래됐다고 하니 가히 빈 필 신년음악회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 음악회의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적인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TV를 통해 빈 필 신년음악회를 볼 때면 매번 일본 전통 의상(기모노)을 입고 관람하는 일본인의 모습이 적잖게 보인다. 올해도 여전히 그 모습은 보였다.

필자는 이를 볼 때마다 은근히 화가 난다. 분명 저 자리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있을 터인데 어째서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은 한사람도 안 보이는 걸까. 아니면 있는데 필자가 못 본 것일까. 빈 필 신년음악회는 새해 첫날 첫 번째로 열리는 세계적인 음악축제이다. 이 공연은 전 세계 90개국에서 6000만명 이상이 관람한다. 여기에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모습이 노출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전 세계 90개국 6000만명에게 우리 민족의 우월성을 알리는 것이지 않겠는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2018년 빈 필 신년음악회 중계 때에는 아름다운 우리 한복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대종 울산중구문화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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