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통합’ 일성, 제도 정치권과 일정기간 거리

野 “혹독한 검증” 견제구…보수진영에선 러브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 대선가도에 본격 뛰어들면서 정국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당장 정치권 전체가 새로운 변수 앞에 초긴장 상태에 접어든 표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거치며 잔뜩 위축된 보수진영에선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왕의 귀환 수준으로 반기는 기류인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에선 검증의 칼날을 벼르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나섰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화합과 통합’을 제시, 기존 대선주자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적 행보를 꾀하고 있다. 일정기간 제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둔 채 10년간 국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대한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분간은 특정 정당에 곧바로 몸을 싣기보다는 글로벌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부각하며 정치권 밖에서 중도·보수를 아우르기 위한 아웃복싱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른바 ‘DJP 연합’과도 같이 이번에도 개헌이 핵심 고리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고, 반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들어가 정면승부를 펼쳐야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반 전 총장이 귀국한데 대해 “이제부터 검증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하며 날을 세웠다. 반 총장의 귀국을 계기로 현재 더민주가 우위를 점한 대선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검증의 칼을 이용, ‘반풍’(반기문 바람) 조기 차단에 나선 것이다.

고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가 뇌물 관련 혐의로 기소된 것을 겨냥, “반 전 총장은 아는 것이 없었다고만 얘기하고 있다. 이는 지난 두달 간 국민이 헌정 유린 관련자들에게 들어온 말”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 역시 “반 전 총장이 대선 후보로 활동하려면 정치적 이념 및 방향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 동생 및 조카의 뇌물혐의 기소,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 의혹과 관련, “혹독한 검증을 받는 게 필요하다. 해명을 해도 국민이 납득하지 않으면 검찰수사를 의뢰해서라도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범 보수진영인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반 전 사무총장을 영입하기 위한 물밑 쟁탈전에 돌입했다.

두 정당은 보수성향의 반 전 총장이 현실적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보다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가운데 어느 한쪽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다양한 경로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 및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반 전 총장은 전 국민의 자랑이자 국가적 자산임을 잊지 말고, 이 엄중한 조국에서 품격과 수준이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바른정당 정병국 창당추진위원장도 국회에서 열린 실무회의에서 “반 전 총장은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을 하실 것인지 분명한 자기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요즘 반 전 총장을 두고 불거지는 의혹에 대해서도 남김없이 해명하고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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