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문화가 상호 교류·접목
창조 융합형 인재 양성 위해선
발상 전환과 사고의 변화 절실

▲ 김의창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오늘날 우리 사회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문화가 상호 교류·융합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개별 영역에서 새로운 발전은 다른 분야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사회 전체가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양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도 사회적응의 기본요소로 전문지식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식견과 소양을 요구받고 있다. IT기술 발전은 창조적 파괴(creative construction)를 가속화했는데 아날로그 시대 중요한 도구인 주판, 타자기, 아날로그 카메라 등이 사라졌다. 세계적인 필름회사인 코닥, 아그파가 역사 속에 사라졌고, 음반시장과 게임시장도 디지털의 물결 속에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종업체들과 경쟁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 하이닉스와 경쟁을 통해서 성장 발전해 왔고, 현대자동차는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과 경쟁을 통해 발전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융합의 시대에는 이런 경쟁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바이오기업과 구글 등 비 동종업체들과 경쟁을 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배터리 회사인 LG화학이나 소프트웨어 회사인 구글과 경쟁을 하는 시대이다. 하긴 일본의 게임회사 닌텐도가 스포츠의류 회사인 나이키와 경쟁하는 시대가 아닌가.

공유경제(sharing economic)란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이다. 나눠 쓰기란 뜻으로 자동차, 빈방, 책 등 물건이나 부동산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자는 경제활동이다. 예를 들어, 힐튼호텔 그룹의 경쟁상대는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아니라 공유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가 되었다. 자동차 공유업체인 우버는 자동차 활용도를 높여 택시업체나 렌터카 회사에게 타격을 입히고, 자동차 사용 대수를 줄일 수 있으므로 자동차업체에게도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문·사회과학 전공자들이 과학기술은 잘 몰라도 되며, 과학기술자들도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것을 너그럽게 이해하는 풍조가 있다. 미국 월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애널리스트 70%가 수학, 통계, 컴퓨터 전공자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경영분야를 전공한 인력이 많다고 한다. 또한 이공계를 졸업하고 MBA나 로스쿨 등을 거친 융합전문가들이 세계적인 금융·컨설팅회사 등에서 고액 연봉자로 대우받고 있다. 작금의 시대는 ICT기술과 통합 네트워크 능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이고, 다양한 지식과 기술들이 상호 교류·접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 융합의 시대’이다.

21세기 인재는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수용할 수 있는 다문화 경험자여야 하며, 학제를 뛰어 넘는 다양한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어야 한다. 기존의 직업에 자신의 기질과 재능을 결합시켜 자신만의 특화된 틈새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전문분야와 다른 전문분야를 융합시키고, 직업과 자신의 내면적 역량을 결합시켜 자신만의 차별성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시대이기도 하다.

기술발달과 정보의 확산으로 평생직업이 사라질 시대의 인재상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첫째, 자신의 욕구와 능력을 파악하고 정보와 지식을 가장 중요한 지적 재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자신의 능력을 세상이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셋째, 어제 통용된 지식이 오늘 진부해져 쓸 수 없다면 날마다 새로운 방법을 실험하고 모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평생학습을 통해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끝으로 자신의 욕구, 기질, 경험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직업을 계승하기보다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직업 창조자의 역할을 즐겨야 한다.

다원화된 현대사회에 적합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새로운 발상전환과 사고변화가 필요하다. 개인이 다양한 독서와 평생공부를 통해서 창조적 융합의 시대에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지만, 정부·대학·기업들도 융합적 지식을 갖춘 인력양성에 등한시한다면 큰 재앙이 될 것이다.

김의창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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