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사극"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 하다.  MBC가 오는 26일부터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할 사극 〈홍국영〉(극본 임충·연출 이재갑)은 젊은 시청자의 눈길을 잡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작품이다. 사극이라는 외형을 빌리기는 했지만, 액션과 멜로에 코믹적인 요소가 적절히 가미된 현대물을 보는 느낌이다.  KBS 1TV 〈태조 왕건〉이 웅장한 스케일과 선굵은 극전개로 중·장년층 남성시청자를, SBS 〈여인천하〉가 궁궐 여인네들의 암투를 치밀한 구성으로 그려내며 주부시청자를 겨냥하고 있다면, 〈홍국영〉은 젊은 감각의 사극으로 경쟁작들과의 차별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일 MBC 경영센터 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시사회를 통해 선보인 〈홍국영〉첫회는 드라마를 이끌어갈 두 주인공인 홍국영(김상경)과 정후겸(정웅인)이 초반부터 같은 방식으로 번갈아 등장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역사적 배경에 대한 시청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초반부에는 많은 인물을 등장시키며 완만하게 전개되는 기존의 사극과는 완연히 궤를 달리하고 있었던 것. 카메라의 초점은 철저하게 국영과 후겸에게 맞춰져 있었으며, 60분 동안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며 스피디한 극전개를 선보였다.  몰락한 양반의 아들, 홍국영이나 생선장수를 하는 천민의 아들, 정후겸이나 자신의처지를 비관하며 의미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이들은 첫회부터 모두 활극의 주인공같은 화려한 무술을 선보이며 범상치 않은 면모를 드러낸다.  정후겸은 동네 건달패들과의 패싸움에서, 홍국영은 육손이패에게 납치당한 여옥(정소영 분)을 구해내는 과정에서 재빠른 몸동작으로 상대편을 제압하고 있는 것.  슬로우모션이 곁들여져, 나름대로 흥미롭게 구성된 이들의 액션신은 이 드라마가 정통사극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것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국영이 여옥과 조우하는 장면에서는 은은하게 울려퍼지고 국영과 후겸의 액션신에서는 강한 비트의 리듬에 실린 전자기타음으로 변모하는 다양한 배경음악 또한 색다르다. 마치 현대를 배경으로 한 미니시리즈를 보고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할 정도.  시청자들은 등장인물의 대사에서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만연체 어투 중심의 기존의 사극과는 달리,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 특히 양반가에서도 손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니"라는 어미로 종결되는 말을 쓰는 것이 눈길을 끈다.  첫회 방송에서 국영은 저잣거리의 청부폭력집단 육손이 패거리의 일원이 되고,후겸은 자신이 화완옹주의 양자로 거명되는 이야기를 듣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이후 드라마는 국영이 육손이패에서 싸움질과 주색잡기로 시간을 허송하다가세손의 신변보호를 담당하게 되면서 화완옹주의 양자로 들어가 일찌감치 국정의 실세가 된 후겸과 대립하는 과정이 중심축을 이룰 예정.  국영과 서로 사모하는 사이인 여옥은 후겸의 측실이 되고, 국영을 도와주는 몰락한양반가의 수절녀 서씨(이태란)는 5회부터 출연해 다시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시키게 된다. 첫회 방송에서처럼 앞으로도 지루할 수 있는 궁궐보다는 민가와 저잣거리가 주요배경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전언.  이재갑PD는 "출연진과 스태프들에게 이 드라마는 사극이 아니라 현대물이라는 생각을 갖고 제작에 참여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현대적인템포로 인물들을 생동감있게 조명해 극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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