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하해로 통하는 파키스탄 과다르는 세계 원유 수송의 20%가 지나는 항구 도시다.

이 지역에서는 자기 앞바다를 누비듯 자유롭게 원유를 나르는 중국 선박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실 과다르항의 주인은 중국이다.

처음에 중국이 경제협력 명목으로 과다르에 돈을 대고 항만 시설을 지었다. 중국과 파키스탄 정부는 과다르항이 상업적으로 쓰일 뿐 군사 목적이 일절 없다고 수년간 강조했다.

그런데 파키스탄 정부가 2015년 중국 국영 항만 운영사에 2059년까지 과르다항 소유권을 넘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듬해 중국 해군이 자국 해상무역 보호를 위해 과다르항에 군함을 배치할 것이라고까지 밝혔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다르항의 이 같은 사례가 바다에서 중국이 펼치는 세력확장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런 수법으로 중국이 손에 넣은 항구가 세계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영 항만 운영사를 통해 아프리카 지부티항에 2012년 컨테이너 터미널을 지으며 투자를 시작한 뒤 결국 작년에 지부티항을 자국의 첫 해외 해군기지로 삼겠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가장 큰 항구 가운데 하나인 그리스 피라이우스항도 중국의 손에 넘어갔다.

중국은 2015년 지배 지분을 확보하면서 해군 파병을 타진했다.

리비아에 머물던 중국인들이 2011년 정변 때 탈출하면서 그리스 상선의 지원을 받았다며 중국 해군이 그런 사태에 대비해 주둔하는 방안을 강조했다.

인도 뉴델리 옵저버 리처치 재단의 아비지트 싱 연구원은 “중국이 외국 항구에 세우는 시설에는 본질에서 이중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설이 겉으로는 상업적이지만 중요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신속하게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 같은 전략적 항만 투자의 구체적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FT는 연구기관들의 자료로 미뤄볼 때 그 규모가 지배자의 위상을 떠올릴 정도라고 보도했다.

일단 중국의 국영 해운사가 나르는 컨테이너 물량은 다른 어떤 나라의 국영 해운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상위 5개 해운사는 2015년 현재 세계 상위 20개 해운사 컨테이너 운송량의 18%를 차지했다.

세계 50대 항구의 3분의 2 정도가 2015년 현재 중국의 투자를 받은 상태다. 그 수치는 2010년 5분의 1 정도였다가 급증해 투자가 최근에 집중된 것임을 나타낸다.

중국의 투자를 받은 항구에서는 전 세계 컨테이너 운송량의 67%가 취급되고 있다. 이 비중도 2010년 41%이던 것이 갑자기 늘어났다. 세계 10대 항만운영사가 다루는 컨테이너 물량 중 중국 업체가 직접 취급하는 물량의 비중은 39%였고 2위 국가보다 2배 정도나 높다. FT는 중국이 세계적인 항구뿐만 아니라 지부티, 스리랑카 함반토타, 대서양 상투메프린시페처럼 지정학적 중요성이 있는 항구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2010년부터 중국과 홍콩 업체들의 항만 투자가 확인된 것만 최소 40개 항구, 456억 달러(약 53조5천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FT는 해운, 항만 운영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인 어업 선단이 다른 한 축에서 중국의 ‘해양굴기’를 완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해군분석센터(CNA)의 마이클 맥데비트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해양굴기 방정식은 세계 최고급의 어업 선단,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해운, 어류를 비롯해 바다 자원을 수확하는 능력, 크고 효과적인 해군”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공격적인 해양 투자가 자유로운 교역을 촉진하기 위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의 하나라고 설명해왔다.

일대일로는 실크로드를 현대식으로 복원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의 60여개국에서 무역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고 있다.

FT는 중국이 바다에 부여하는 의미가 19세기 미국 군사평론가 알프레드 사이어 머핸의 지론과 닮았다고 해설했다.

머핸은 “해양 상업과 해군의 우월성을 앞세워 바다를 통제하는 것은 세계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나라의 부가 아무리 위대하다고 한들 필요한 교역을 하는 데 바다보다 유용한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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