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사범 박근혜’ 글 남기고 분신…“고통받는 현장서 함께한 분”

“이제 모든 짐을 넘기고 영원히 극락왕생하소서.”

이달 7일 새해 첫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 인근에서 분신한 고(故) 정원 스님(속명 서용원·64) 시민사회장이 14일 한파 속에 엄수됐다.

시민사회와 불교계 관계자들은 오전 11시30분 고인이 안치된 서울대병원에서 불교식으로 발인한 뒤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으로 이동해 노제를 치렀다.

정원 스님은 한때 조계종에 몸담았다가 이후 홀로 수행 생활을 했다고 장례위원회 측은 전했다.

반야심경(般若心經) 봉독이 북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민들은 영정 앞에서 눈을 감고 합장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참석자들은 영정과 함께 경내로 들어서 대웅전을 향해 삼배를 올린 뒤 일주문을 빠져나와 “세월호를 인양하라”, “박근혜를 체포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정원 스님은 분신에 앞서 “경찰은 내란 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나의 죽음이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 “박근혜는 내란 사범 한·일협정 매국질 즉각 손 떼고 물러나라!”는 글을 남겼다.

심한 화상을 입은 그는 세월호 참사 1천일째인 9일 입적했다.

장례 행렬은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으로 이동해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친 뒤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으로 옮겨 영결식을 치렀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정원 스님은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행동했고, 고통받는 현장에서 항상 몸 바쳐 함께한 분”이라며 “스님을 돌아가시게 한 자들을 제대로 처벌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나면 유족과 지인들은 벽제화장터로 이동해 고인을 화장한다. 유골은 일단 서울 종로구 구기동 금선사에 안치될 예정이다.

1977년 해인사로 출가한 정원 스님은 1980년 광주 학살에 저항하는 불교탄압 공동대책위 일원으로 활동했고, 1987년 6월 항쟁에도 참여했다.

이후에도 2006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투쟁,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투쟁, 2014년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 동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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