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지지모임 ‘더불어포럼’ 출범하며 세몰이…文 “만루홈런 친 기분”
文측 “반기문 촛불 불참, 대통령 눈치보는 것…보수 결집하려는 전략”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해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4일 민주화 열사들의 추도식에 잇따라 참석하고 오후에는 광장에서 촛불을 드는 등 대권 행보를 이어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후 첫 주말을 맞아 민주주의 정신의 계승을 강조하면서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을 결집하고 ‘반풍(潘風·반기문 바람)’을 차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우선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리는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과 문익환 목사 23주기 추모식에 잇따라 참석했다.

추모식장에서 문 전 대표는‘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부르거나, 고인을 기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 측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두 분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상징적인 인물이 아니냐.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민주주의가 과거 독재정권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정권교체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문 전 대표는 현장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촛불집회 모습을 담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촛불항쟁 사진전’을 박종철 열사의 형 등 유족들과 함께 관람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이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공세를 폈다.

문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임종석 전 의원은 통화에서 “대권주자에게 있어 어떤 일정을 소화하느냐는 그 사람의 철학과 직결된다. 귀국 후 첫 촛불집회에 불참한 것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전 의원은 “보수부터 결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며 “국민들이 보여주는 촛불 민심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리는 지지자들의 모임인 ‘더불어포럼’ 창립식에도 참석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문 전 대표가 그 기세를 몰아 ‘문재인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포럼은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회 각계인사들 모임으로, 효암학원 채현국 이사장이 상임고문을 맡았으며, 김응용 전 프로야구 감독, 드라마 ‘풀 하우스’ 원작 만화가인 원수연 웹툰협회 회장 등 23인이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또 권기홍 전 노동부 장관, 노영민 전 의원, 안도현 시인,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황지우 시인 등도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300여명의 참가자들을 향해 “뜨거운 마음으로 감사를 드린다”면서 “”포럼에 문화예술인이 많은데, 정권교체를 못하면 또 블랙리스트 때문에 큰일이 날까 걱정된다“며 ”꼭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김응용 전 감독을 언급하면서 ”과거 아마야구 최고의 거포였다. 제가 열렬한 팬이었지만 그동안 개인적 인연은 없었다“면서 ”이번에 포럼 대표를 맡아 주셔서 저로서는 만루홈런을 친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동 대표로 참여하는 원수연 만화가는 ”문 전 대표가 저희 국민을 대표하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도 했고, 황지우 시인은 ”국가 컴퓨터 체계가 치명적인 버그 때문에 스톱됐다. 이 벌레(버그·bug)들을 일소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하늘이 펼쳐지도록 힘을 모으자“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행사장에서는 문 전 대표에 대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지만, 안영배 포럼 사무처장은 ”대선 출정식처럼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이름을 연호하는 것은 삼가달라“고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15일에는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에서 열리는 신영복 선생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문 전 대표 측은 반 전 총장의 귀국으로 대권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점을 고려, 본격적으로 세몰이를 하면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조만간 자신이 구상하는 국가비전을 담은 대담집을 출간하고 북콘서트를 여는 등 소통행보를 하기로 한 것 역시 이런 구상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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