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무분별한 창업 막기 위해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부동산 임대업 대출도 하반기 원금 분할상환 의무화

▲ 중구 충무로 먹거리골목[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으로는 치킨집이나 카페 등이 밀집한 지역에 같은 업종을 창업하면 은행 대출금리나 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

반대로 사업성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 가게를 열면 지금보다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은행권에 소상공인(자영업자) 전용 여신심사 모형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자영업자 지원 및 대출 관리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은행들은 자영업자 대출을 해줄 때 연체 이력, 연 매출액 등만 확인해보고 대출 한도와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창업하려는 업종의 과밀·과당경쟁 여부와 관계없이 대출받을 수 있다 보니 목 좋은 곳엔 한 집 건너 카페와 치킨집이 생겨났다.

치킨집들은 살아남기 위해 ‘출혈 경쟁’을 펼치고, 건물주는 상권이 커질수록 임대료를 올려 결국 창업하느라 낸 빚만 떠안은 채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졌다.

지난 2009∼2013년 5년간 연평균 창업 수는 77만개인데 폐업 수가 65만개에 달한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은행 여신심사 모형을 따로 만드는 것은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창업을 막자는 취지다.

은행들은 매출액, 연체 이력 외에도 자영업자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이 어디에 어떤 가게를 열려고 하는지 살펴본 뒤 대출해줘야 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만드는 과밀업종·지역 선정 기준 등을 참고해 과밀지역 창업자에게는 가산금리를 매기거나, 대출 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

올해 안에 각 은행이 새로운 여신심사 모형을 반영한 대출 심사를 하게 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청도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지역·업종에 뛰어드는 자영업자를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가산금리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중에는 부동산임대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의 대출에 대해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상가·오피스텔·아파트를 사들여 세를 놓는 사업자들은 매년 대출 원금의 일부(최소 30분의 1)를 의무적으로 나눠 갚아야 한다.

이자만 갚다가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대출보다 상환 구조를 깐깐하게 만들어 부동산임대사업에 쏠린 자영업자 대출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취지다.

작년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부동산임대업 비중이 약 39%로 가장 높은 상태다.

정부는 창업 정보와 준비 기간이 부족한 생계형 자영업자에 대한 컨설팅도 확대하기로 했다.

은퇴 세대가 무턱대고 치킨집을 열었다가 소중한 퇴직금을 날리는 일이 없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현재 수도권에서만 시행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자영업자 대상 사업컨설팅(미소금융 컨설팅)은 올해 4월부터 전국으로 점차 확대된다.

전문 컨설턴트들이 중소기업청 상권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예비 창업자가 가게를 열려는 곳이 과밀지역인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지역이나 업종 창업을 권해준다.

자영업자의 재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연체 채무 30∼75%를 감면받고, 남은 채무는 8∼1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할 수 있다. 재창업 자금을 빌릴 때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등이 보증도 서 준다.

금융위는 자영업자 대출 현황을 꼼꼼히 분석해 올해 상반기 중 생계형·기업형·투자형 등 자영업자 유형별로 나눈 맞춤형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자영업자 대출 데이터베이스(DB)’도 만든다.

지금은 자영업자 대출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없는 상태다. 중소기업 대출에 포함되는 개인사업자 대출과 자영업자의 가계대출을 합쳐 규모를 추정한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64조5천억원이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300조5천억원이고, 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가 추가로 받은 가계대출이 164조원이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