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고령화 등 현실문제 빠진
‘정치 과잉’‘미래 결핍’ 고령화 헌법
국가발전 위한 법 개정 머리 맞대야

▲ 이광복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어제의 대한민국은 과잉의 시대, 결핍의 시대였다. 광장에 분노가 넘쳐흘렀고, 선전·선동에 숨이 막혔다. 반면 포용·소통·배려·화합 같은 사회유지의 필수덕목은 힘을 잃었다. 대기업 의존이라는 경제구조의 편식체질은 여전했고, 서민경제의 기둥인 중소기업은 온갖 고통에 몸부림쳤다. 130조원의 부채에 짓눌린 가계는 빈사 직전이고, 저출산으로 50년 후 대한민국이 소멸할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등장했다. 이쯤이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야 정상이다.

중소기업들이 약진해 우리경제의 하부구조를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 서민의 지갑을 두텁게 해 빚으로 국민경제를 떠받치는 비정상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불투명한 미래가 인간본능을 억제하는 일도 없애야 한다. 과잉과 결핍의 저주를 깨야 한다. 그렇게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 정치는 ‘균형 잡는 일’이다. 그런데 정치권은 눈앞의 밥상에만 관심이 있다. 서로 먹겠다고 싸우다 밥상을 엎을 판이다. 종자까지 먹어치울 기세다. 흉년 들었다고 종자까지 먹어버리면 미래는 없다.

로마제국의 멸망원인은 200가지가 넘는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원인도 그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해 보인다. 단지 법률 몇 개 손보고, 서랍 속 아이디어 좀 꺼내서 정책화한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10년, 100년 후를 고려한 목표부터 설정해야 한다. 그에 맞춰 사회 골격과 각종 장치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렇다. 지금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개헌(改憲)이다. 개헌이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샤워기 꼭지를 마구잡이로 돌리다가 몸 데고 감기 걸리는 ‘샤워실의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지향점부터 올바로 잡아야 한다. 현실에 부합하는 목표가 명확해야 사회의 균형이 잡힌다. 5000만 국민이 안전하게 나아갈 수 있다.

1987년 헌법은 우리 경제가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변신할 때 만든 것이다. 금융이 실물경제를 좌우하는 21세기 경제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6개국이 우주로 쏘아올린 로켓이 5461개나 되는 우주시대를 뒤쫓아 갈 비전도 담겨 있지 않다. 경제체질 개선은 필수인데 기본전략은 아예 없다. 후진적 농업기술부문을 고도화해 신 성장산업으로 만들 단서도 없다. 국가 생존문제인 인구 감소나 고령화에 대한 고민도 안 보인다. ‘87헌법’이 21세기에 맞지 않는 고전(古典)이라는 거다. 지금 우리헌법에는 정치뿐이다. ‘정치 과잉’이고, ‘미래 결핍’이다.

국가와 국민이 시대에 맞지 않는 헌법에 짓눌려 있는데, 그에 대한 무거운 고민을 하는 정치인이 드물다. 권력구조 개편을 두고 논쟁할 때나 개헌이 언급된다. 차체(車體)가 뒤틀리고 엔진은 겨우 숨이 붙어 있는데, 운전석 가죽을 무엇으로 바꿀지를 두고 다투는 꼴이다.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단맛’이 없으면 논의의 기회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 이래저래 시간도 부족하다.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의 임기단축 약속+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87헌법 전면개정’안이 계기가 될 만하다. 전문과 130개 조항을 꼼꼼히 살피고 다듬어 3년쯤 뒤 시대정신이 반영된 헌법을 탄생시키고, 곧이어 새 헌법정신을 성실히 구현할 인물이 대한민국의 다음 지휘자가 되는 것 말이다.

‘닭 머리’는 오명이다. 닭은 100개 이상의 얼굴을 기억하고 구분한다. 닭의 해다. 부디 정치인들이 ‘화나고 실망하고 두려워하던 우리국민의 어제 얼굴’을 기억했으면 한다. ‘밥상’ 말고, 국민만 바라보기 바란다. 2017년이 ‘균형의 시대’ 서문(序文)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광복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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