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설계공모로 공정성 확보
각계 다양한 아이디어 녹여내

▲ 서영호 S&S건축사 사무소 대표

지난해 12월12일 울산시립미술관 설계 당선작이 발표됐다. 당선작은 부산가가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날 필자는 그 과정과 결과에 있어 혹평을 받고 있는 부산현대미술관 건립 기사를 접했다. 동일한 용도, 비슷한 규모의 두 미술관은 왜 호평과 혹평의 대상으로 나뉘었을까? 아이러니 하게도 부산지역 건축사사무소가 울산시립미술관 당선작이 된 현재의 상황에서 울산시립미술관의 건립과정은 대기업 컨소시엄의 턴키방식으로 건립한 부산현대미술관과 어떤 과정의 차이가 있었을까?

울산시립미술관은 그 시작에서부터 남달랐다. 원도심과 혁신도시의 치열한 입지선정과정을 겪으며 공청회, 간담회 등 다양한 여론과 전문가 의견수렴과정을 거쳤다. 우리는 각계 각층의 의견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과정 속에서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울산시는 그 과정을 피하지 않았고, 소통의 장을 열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시민의 의견이 반영된 미술관 입지 선정을 이루어냈고, 시끄러웠던 만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결정이 나왔다. 그리고 이제 시민들은 시립미술관에 대한 기대만을 품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립미술관 설계공모가 시작됐다. 그런데 그 방식도 기존의 방식과 달리 새로웠다. 울산시립미술관 설계 공모는 1,2차로 나뉜 아이디어 수렴형 설계공모였다. 1차 널리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모할 수 있는 예선설계공모와 이를 통과한 5개 건축사들의 본선 2차 심사방식이었다. 일견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이는 참여의욕 고취를 통해, 세계와 우리나라의 많은 건축가에게 기회를 열어준 오픈형 설계공모였다. 특히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된 신진건축가들과 각계의 전문가 의견이 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설계된 용광로형 설계공모였다.

아마도 울산시 관계자는 두번에 걸친 심사와 선정의 과정으로 인해 업무가 가중되었을 것이다. 특히 응모작이 많아 선정, 관리, 보관 등 모든 과정이 번거로웠을 것이다. 그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진심과 열정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뜨거웠던 날 열린 현장설명회에서 행정관계자들은, 긴 시간 미술관 부지 곳곳을 함께 거닐며, 참가 건축가들에게 울산시립미술과의 주변 환경 뿐 아니라 미래가치와 시민들의 큰 기대를 생생히 전해주기 위해 노력을 다했다.

신진건축사인 필자도 이번 설계공모에 참여했기에 당시 현장 분위기를 누구보다 자세하게 알고 있다. 필자는 이번 응모를 위해 전국의 미술관을 다녔고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가나자와21C 미술관과 나고야미술관 등을 다녀왔다. 수많은 미술관 관련 서적을 탐독했으며, 가보지 않아도 그 구조를 알 수 있을 만큼 연구했다. 그렇게 필자는 올해 여름과 가을을 가장 열정적으로 보냈다. 비록 예선에서 탈락했으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작품을 만들었고, 제출했다.

이렇듯 울산시의 오픈형 설계공모는 신진 건축가인 필자에게 희망을 주었고, 열정적으로 변하게 했다. 또 참여는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또 다른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행정은 매우 공정하면서도, 구성원들로 하여금 희망을 품게 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러한 공정한 기회와 경쟁을 통하여 시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채워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미술관 건립 과정을 통해 배우고 있다.

필자는 이번 당선작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본다. 공정하고 충분한 기회를 얻었고,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구와 설계에 참여해본 건축가로서 미래의 울산시립미술관 계획안을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하며, 큰 기대와 희망을 갖는다. ‘울산시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낸 울산시립미술관’과 대기업 컨소시엄이 찍어내듯 만들어 내었다는 혹평에 휩싸인 부산현대미술관 이야기는 과연 사람을 향하는 진정한 행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귀감이 될 것이다.

서영호 S&S건축사 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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