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자치단체 용어 제각각

표지판 등 시민혼란 부추겨

지진대피소를 놓고 정부와 울산지역 지자체의 엇박자 행정이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여진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안전은 산으로 가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에 따른 후속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11일 전국 지진대피소에 안전표지판을 설치하고 각 지자체에 지원·체계적 관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전표지판 중 지난해 지정된 신규 지진대피소를 ‘옥외대피소’와 ‘실내구호소’로 구분해 표지판을 설치하고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문제는 국민안전처의 발표에도 정작 지진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지역 지자체는 느긋해 보인다는 점이다.

국민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울산에는 옥외대피소 264곳과 실내구호소 117곳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울산시 홈페이지에는 기존 지진대피소(학교·공터 위주의 옥외) 263곳과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266곳의 현황을 공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5개 구·군도 지진대피소의 옥외·실내 개념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지자체 재난관리 담당자는 국민안전처에서 발표한 표지판 정비 내용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지진대피소 중 ‘실내구호소’라는 용어 자체도 생소해했다.

시 관계자는 “지진대피소는 자연재난계에서, 이재민 수용시설은 사회재난계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며 “국민안전처에서 실내구호소란 용어를 쓰기는 하는데 소관이 아니라 실내구호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내구호소는 지진 피해가 길어질 경우, 주거지가 파손된 이재민 등을 대상으로 집단구호를 실시하기 위해 내진설계가 적용된 시설물을 선별해 이번에 지정된 곳이다. 지진 발생 때를 대비해 꼭 알아둬야 할 장소이지만 지자체는 소극적 행정에 그치고 있다.

또 현장에 설치된 지진대피소 표지판도 제각각이라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3일 취재진이 찾은 동구 주전초등학교에는 여전히 ‘지진대피소’가 아닌 ‘지진해일대피소’ 표지판이 붙어있어 정부 시책에 행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시민은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도 정작 지자체들은 지진대피소 현황 공개는 물론 용어 통일도 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대피소는 제 역할을 못할 것이고 결국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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