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북구 정자항 일대 대게집에서 정자대게가 러시아산 대게에 밀려나고 있다. 손님들이 크기가 큰 러시아산 대게를 선호하는데다 불법포획, 수온 영향 등으로 정자대게의 씨가 잘고 말랐기 때문이다. 울산 북구 정자항 일대 대게 식당가 전경.

대게가 제철을 맞은 가운데 ‘정자대

게’의 고향 울산 북구에 정자대게가 사라졌다. 정자대게보다 큰 러시아산 대게를 손님들이 선호하는 데다 불법포획, 수온 영향 등으로 정자대게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찾은 울산 북구 정자항. 이곳은 매년 겨울철이면 ‘정자대게’를 맛보려고 전국에서 오는 손님들로 붐비는 명소다.

물이 찬 곳에서 잡힌 정자대게는 동해안의 다른 대게와는 달리 씹을 수록 단 맛이 강해 찾는 이들이 많다.

업주 입장에서도 남녀노소가 다 좋아하는데다 회보다 수익이 많이 남고, 전염성 감염 질환 영향을 적게 타는 대게를 선호하면서 강동동 일대는 어느샌가 대게타운으로 변모했다.

몸집 크고 다양한 요리 가능한
러시아 박달대게·킹크랩 인기
수익 많이 남아 업주측도 선호
찜 요리만 가능한 정자대게
경쟁력 떨어지는데다
불법포획·수온 영향 씨 말라

거기에 국립수산과학원이 우리나라 동해안지역 7개 지점에 대해 대게 자원량과 서식지 조사를 실시해 울산을 대게 서식지로 공식 확인하면서 정자대게는 전국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됐다.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횟집은 46곳, 대게전문집은 1곳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횟집 83곳에 대게전문집은 11곳으로 늘었다.

특히 횟집 83곳 중 80~90%는 대게를 함께 팔고 있어 사실상 강동동 일대에서는 순수 횟집보다 대게집을 찾는 것이 더 빠르다.

하지만 최근 이곳 정자항 일대 대게집에서 정자대게는 러시아산 대게에 밀려 뒷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정자대게 어획량이 급격하게 감소한 가운데 어민들이 정자대게를 분류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언젠가부터 러시아산 박달대게나 킹크랩 등을 주문하는 것이 보통이고, 대게집 업주들도 박달대게와 킹크랩 등을 먼저 권유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업주들은 ‘비싸다’는 손님의 반응을 보고나서야 뒤늦게 정자대게를 소개한다.

한 업주 주인은 “박달대게는 ㎏당 8만~9만원을 호가하는데, 정자대게는 ㎏당 5만원 수준”이라며 “손님들도 배불리 대게 맛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크기가 작은 정자대게보다는 러시아산 대게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쪄주기만하는 대게와는 달리 러시아산 대게 등 크기가 큰 대게와 킹크랩 등은 여러가지 요리가 가능해 정자대게의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 정자대게 씨까지 말라버렸다.

북구청에 따르면 총허용어획량(TAC)을 적용받는 근해어선이 잡은 대게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2013년 25t(6억2500만원), 2014년 38t(9억5000만원)에서 2015년 15t(3억7000만원), 2016년 2t(5000만원)으로 급감했다.

조업하는 근해어선의 수도 2013년 7척에서 2016년 2척으로 줄었고, 현재는 연안어선과 근해어선을 통틀어 1척만이 조업하는 상황이다.

대게가 잡히지 않아 가자미를 잡았던 어민들은 최근 가자미 어획량마저도 줄어들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최근 수온이 낮아지면서 대게 어획이 급감했다. 또 암컷 대게와 어린 대게 불법포획도 전반적인 대게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며 “크기가 큰 러시아산 대게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고, 수익적 측면에서도 정자대게보다는 러시아산 대게가 좋다보니 이래저래 정자대게가 설 곳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