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이후 난 거래 30% 감소…덴바레 난 5천→1천원 급락
月350만원 난방비 감당 못해…음성 화훼농장 100곳중 10곳 ‘매물’

새해를 맞아 ‘꽃길만 걷자’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희망찬 한 해를 기대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의 직격탄을 맞은 화훼농가와 꽃집들의 시름은 오히려 더욱 깊어간다.

관공서 인사철인 작년 12월과 이달 초 매출이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고 졸업과 입학이 몰려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2, 3월 전망도 밝지 않다.

화훼농가가 밀집한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서 관엽 나무 5만여 그루를 키우는 한경표(56)씨는 타격이 예상보다 컸다며 화훼산업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한씨는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모든 것이 완전히 멈췄다”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출하가 완전히 끊기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인사철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한 달 수백만원에 달하는 난방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씨는 전했다.

한겨울 추위 속에도 항상 영상 18도 이상을 유지해야 화훼단지 특성상 한씨는 지난달 난방비로만 340만원을 지출했다.

관공서로 나갔던 고무나무, 금전수, 산세비에리아에서 가정 수요가 많은 미니 선인장 등으로 품종을 전환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주문이 시원치 않다.

그의 농장에서 1㎞가량 떨어진 곳에서 서양란을 키우는 박한흥(82)씨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7월 1본에 5천원하던 덴파레 난은 청탁금지법 시행 후인 작년 10월 3천500원으로 가격이 내려가더니, 최근에는 1천원에 내놔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

5만원 이상의 선물이 금지되면서 인사철 축하 난을 보내는 관행이 사라졌다. 아예 ‘축하 난 사절’이라고 써 붙이는 관공서도 적지 않다.

23년째 난 재배를 해온 박씨는 “1년 동안 자식처럼 키웠는데, 제값은커녕 버리다시피 헐값에 내놓으니 마음이 무너진다”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지만, 버티기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1천300㎡ 규모의 박씨 농장 하우스 한 달 난방비는 200만원선, 이대로라면 유지하기도 힘들어 농장을 내놔야 할 처지라고 그는 전했다.

지난해 매출 감소로 대소면 난 농가 3곳 중 박씨를 제외한 2곳은 이미 문을 닫거나 품종을 바꿨다.

지난 3개월간 이 지역 관엽 농가 100 농가 중 10곳이 매각을 위해 농장을 내놓았다.

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난 거래량은 28만9천분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가 줄었다.

경매 금액은 2015년 12월 27억원에서 지난 12월에는 33%가 감소한 18억원을 기록했다.

aT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대부분 품종에서 경매 금액과 거래량이 동시에 떨어지고 있다”면서 “적은 물량이라도 비싼 값을 받으면 괜찮은데, 가격도 헐값이라 농가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월 졸업 시즌과 봄철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경기 불황과 시국 등으로 청탁금지법 이전부터 어려웠던 화훼 시장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한국화훼농협 관계자는 “부정 청탁을 근절하겠다는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관공서 1테이블, 1화분‘ 같은 농가를 살리기 위한 소비 촉진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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